[통일포럼] 핑궈리와 조선족 동포의 잠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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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초에 중국 옌볜 조선족자치주에서 장애인 및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생들과 함께 교육봉사를 했다. 과수원을 하시는 학부모께서 ‘핑궈리(사과배)’를 몇 상자를 주었다. 겨울에 먹는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이 황금배는 함경남도 북청의 사과나무를 돌배나무에 접목해 재배한 옌볜 특산 과일이다.

 중국 내 조선족이란 과연 누구인가. 조선조 후기에서부터 만주벌판으로 이주했거나 일제에 대항해 독립운동을 위해서 국경을 넘어선 동포들이다. 광복 이후 남북이 분단되면서 소속이 불분명한 채 국적 없는 유랑민 신세가 됐다. 중국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소수민족 정책으로 중국적으로 등록해 ‘조선족’이라는 명칭으로 출신 민족을 인정받은 사람들로서, 한민족이다. 중국 내에서 자치주, 자치현, 자치촌에서 뭉쳐 산다.

옌볜 조선족은 법률적으로 완전히 중국인이다. 중국 내에서 차별대우 없이 오히려 소수민족 우대정책으로 자치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고방식과 생활 습속은 한국인과 같다. 우리말과 우리글을 잊지 않고 전수하며 민족의 얼을 지켜 나간다. 모택동과 덩 샤오핑을 지도자로 떠받들면서 동시에 안중근 의사를 민족의 영웅으로 존경한다. 모양은 배와 비슷한데 맛은 사과 맛이 나는 옌볜 지역의 ‘핑궈리’ 과일 같은 이중적 성격의 사람이다.

이런 옌볜 조선족자치주가 축제 중이다. 중국 동북방 오지 변방인 투먼에서 출발해 자치주 수도인 옌지시를 거쳐 지린성 수도인 창춘을 잇는 고속열차가 승인됐기 때문이다. 중국도 세계경제의 한파를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경기부양책으로 내수 진작을 위해 SOC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부양책으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7%에 맞먹는 4조위안(800조원)을 지원한다. 이 정책에 따라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전략적 중국시장 진출 방안이 요구된다.

이 중 기차 경제(locomotion economy)에 토목건설, 차량 등 하드웨어에는 어렵지만 공사감리, 통신체계, 자동요금징수(AFC)시스템 등의 소프트웨어 분야에선 기회가 열려 있다. 이 외에도 행정(전자정부), 교육, 의료, 금융 등 IT 서비스 분야가 대규모로 추진될 전망이다. 또 중국정부의 국가발전화개혁위원회 및 신식산업부에서 대규모 연구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모든 성 정부에서도 산업기술 육성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과거에는 관시(關係) 중심으로 지원했으나 이즈음에는 기획서 및 제안 능력 중심으로 지원되고 있다. IT 산업 중심의 뉴딜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면 그동안 우리가 개발해온 것을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중국은 22개 성과 13개 특별구로 이루어진 큰 시장이다. 중국동포기업에 컨설팅, 설계를 지원하면 된다. 중국동포들은 이중 언어가 되므로 중국 내 시장에서 마케팅과 분석을 담당하고, 개발 인재가 필요하다면 중국 내 외화벌이를 위해 나온 북측의 유능한 인재 1700명을 SW 개발자로 활용하면 된다. 그러면 중국 IT 서비스시장은 한국의 제2내수시장이 되면서 한민족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대규모 창출된다.

그리고 북한의 IT 인재들을 관리할 수 있는 분들은 중국동포밖에 없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북측 사용자들은 자존심만 내세워 한국 관리자들의 업무지침을 따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한국 측이 직접 관리하기보다는 중국동포를 활용하면 쉽게 해결된다. 이미 금강산 관광지 등에서 중국동포를 활용해 서로간의 대화가 풀리는 것을 보아왔다. 중국에서 남북 간 대화로 사소한 오해를 중국동포의 중재로 해결되는 모습을 수없이 봤다. 한국 IT 뉴딜정책은 해외진출을 통한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다. 그중 하나는 중국 옌볜 조선족자치주 내 동포기업들의 연구개발 능력을 지원하고 기획력을 길러주며 진출하는 방안이다. 중국 내 IT 연구개발을 하도록 지원하는 방안은 한민족 젊은이의 일자리 창출의 길이며, 북측도 외화벌이로 먹거리를 해결하는 길이다. 그래서 ‘핑궈리’가 한민족 역사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

 최성 남서울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 sstar@n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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