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의 대표주자 IT 서비스산업은 젊다. 매년 매출이 10%씩 쑥쑥 자란다. 영업이익률도 10%를 훌쩍 넘는다.
이에 비해 오프라인산업의 대표 격인 건설업은 성장이 멈춘 상태다. 때로는 매출이 뒷걸음질치기도 한다. 이익률도 IT 서비스의 절반밖에 안 된다. 한쪽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는 자본이 재투자되는 선순환을 만드는 반면에 다른 쪽에서는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 똑같은 수주 비즈니스로 종종 비교되는 IT 서비스와 건설업을 비교해 보자. 과연 산업적 가치는 어느 쪽을 높다고 할 수 있을까.
◇IT 서비스, 영업이익률 2배=양쪽 산업의 대표 격인 삼성SDS와 현대건설의 매출 추이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삼성SDS는 2000년 매출 1조2606억원에서 7년 뒤 딱 두 배인 2조4547억원으로 늘어났다. 매년 10% 안팎의 성장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2000년 6조3922억원을 정점으로 2005년까지 매출이 줄다가 2006년·2007년엔 늘었지만 2000년 수준을 회복하진 못했다.
부가가치 창출 능력도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지난 2007년 현대건설이 6.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지만, 삼성SDS는 11%를 넘어섰다. 투자 대비 사업성이 그만큼 벌어지는 셈이다.
IT 서비스와 함께 디지털산업 쌍두마차 격인 SW 산업은 이익률이 훨씬 높다. SW 업계 맏형인 안철수연구소는 지난 2007년 매출 562억원에 영업이익이 117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20%로 건설업의 3배를 상회했다.
이 같은 결과는 반도체·LCD 등 IT 제조업으로 영역을 포함해도 비슷하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3분기 분석한 일반 제조업 상장기업 영업이익률은 6.2%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IT 제조업을 포함한 IT 업체 평균 영업이익률은 8.4%로 2.2%포인트 높았다.
김재윤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한국 IT 산업은 지난 2000년 GDP의 8%에서 최근에는 15%까지 확대됐다”며 “IT 산업의 강점은 높은 부가가치로 국내 설비 투자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재투자율도 높다”고 강조했다.
◇신규 시장 창출력도 백미=디지털산업은 파생 시장 창출에서도 군계일학이다. IT 인프라가 깔리면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 시장이 열린다. 1990년대 후반 IMF 위기 돌파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대대적으로 구축한 초고속인터넷망이 대표적이다. 초고속인터넷망은 온라인게임·인터넷쇼핑몰 등 이전에는 꿈도 못 꾼 산업을 일궈냈다.
1990년 후반 ‘바람의 나라’ ‘리니지’ 등으로 처음 등장한 온라인게임 시장은 지난해 2조75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인터넷쇼핑몰 역시 2000년 7000억원대 시장에서 10조원이 넘는 거대산업으로 자리 매김했다. 이 외에도 엔터테인먼트·금융·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기반 파생 시장이 열리고 있다.
디지털 신산업은 내수를 넘어 해외 시장 개척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과시한다. 한국게임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03년 1억7000만달러를 기록한 게임 연간 수출 규모는 2008년 10억6000만달러로 껑충 뛰었다. 지식경제부 집계에서 IT 수출 규모는 2007년 1300억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제조업 효율화 일등공신=디지털산업은 기존 업무의 비용 구조도 크게 줄여준다. 혁신적인 IT 서비스로 기업이나 공공 부문의 경쟁력이 커지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IMF 시절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획된 국가DB 구축사업은 공공 부문의 민원 서비스를 크게 향상시켰다.
각종 민원서류가 온라인화되면서 동사무소·시청 등을 오가며 발생하던 사회적 비용은 거의 사라졌다. 인터넷뱅킹도 마찬가지다. 은행 오프라인 창구 운영 비용을 크게 줄였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도 번거로움을 크게 줄였다.
전자제품 유통, 철강·자동차 생산, 교통체계 정비, 무역 통관업무 등에서 IT 서비스가 접목되면서 생산성이나 효율성이 배 이상 높아진 사례도 많다.
신동식 한국전자무역 사장은 “그동안 대만으로 과일을 수출할 때마다 오프라인으로 원산지증명서를 발급받으면 건당 30만원이 소요되던 것이 온라인 인증으로 인해 불과 3000원에 해결될 정도”라며 “전자무역의 효과는 대단히 크다”고 설명했다.
이철수 경원대 교수는 “IT 서비스산업은 전통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넘어 전통산업과 융화돼 새로운 서비스산업을 만들어내는 역할까지 발전하고 있다”며 “미국 오바마 정부가 IT를 중심으로 신뉴딜을 추진하듯이 IT 서비스산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고용 창출을 꾀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강조했다.
◆국가·기업 경쟁력 향상 사례
전통산업이 디지털 기술을 만나 경쟁력을 높인 사례는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가전업체의 공급망관리(SCM)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2006년부터 세계 TV 시장을 석권해온 삼성전자는 본사에서 글로벌 SCM 프로그램으로 미국·유럽 등에서 팔린 TV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생산 계획은 어떻게 수립할 것인지, 물류는 어떤 루트로 공급해야 효과적인지도 SCM을 이용해 결정한다.
재고 현황 파악에 수십일이 소요되는 경쟁사를 앞서는 것도 이 같은 SCM 경쟁력에서 비롯됐다.
LG전자 가전공장에서는 전국 대리점의 에어컨 주문 물량을 당일 오후에 바로 집계해 적시 생산하는 방식으로 창고 비용을 크게 절감한다.
전통산업의 대표격인 철강도 디지털로 업그레이드됐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포스코는 타 경쟁사보다 앞선 지난 2005년 전사 통합의 생산관리시스템(MES)을 개발해 포항과 광양제철소의 81개 공장을 마치 하나처럼 운영하고 있다.
ERP와 전사 통합의 MES 구축으로 제품 판매·생산 계획 수립 기간이 기존 60일에서 15일로 단축됐다. 또 고객들이 포스코의 생산 계획을 과거에는 분기 개시일에 알 수 있었던 것과 달리 분기 개시 45일 전에 미리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열연제품 기준으로 납기는 30일에서 14일로 단축됐고 납기 응답시간은 2∼3시간에서 2.5초로 줄어들었다. 신제품 출시 기간도 4년에서 1.5년으로 단축됐다. 포스코에는 이러한 노하우를 배우러 오는 세계 철강기업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SK텔레콤은 지난 2004년 말부터 3000억원을 들여 고객 데이터와 접점을 하나로 통합하는 차세대마케팅(NGM)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수천만명의 데이터를 통합하고 연계하는 이 프로젝트로 기존 고객센터와 e스테이션 등 각종 고객 접점의 다양한 시스템에서 분산되던 고객 정보가 통합돼 기존 5분 이상 걸리던 신규 가입자 처리가 2∼3분으로 단축됐다.
나흘이 소요됐던 고객 요금 정산 처리도 온라인 처리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15시간이면 처리가 끝나 84%의 요금 정산 시간(빌링 시간) 단축을 이뤄냈다.
공공행정 서비스도 디지털 기술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호적등본을 떼러 원적지까지 가야 했던 시절은 이미 옛날 이야기가 됐다. 유류세 환급이나 연말정산 서류도 국세청 홈페이지만 접속하면 바로 알 수 있다.
사회제도와 시스템을 합리화하는 데도 디지털의 역할은 두드러진다. IT를 활용해 버스와 지하철 향후 택시까지 모든 교통 수단을 교통카드 시스템으로 묶는 서울시의 교통카드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 시스템을 구축한 LG CNS는 “1000만명이 넘는 도시에서 이러한 교통 체계 시스템을 구축한 곳은 서울시가 유일하다”며 “서울시의 교통카드 시스템은 국제적인 모범사례로 수많은 국가 및 도시에서 벤치마킹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철수 경원대 교수는 “국가정보화는 행정 규제를 개혁하는 과정”이라며 “정보화가 진전될수록 행정의 효율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각종 규제가 사라져 민원 서비스의 질도 크게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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