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리얼그린비즈니스](1부)①말만 무성한 그린오션-정책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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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만 펼치면, 뉴스만 켜면 녹색성장 이야기다. 이 사업에 몇 백억원, 저 사업엔 몇 천억원, 이젠 조 단위 프로젝트도 나온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른바 그린 비즈니스를 한다는 기업 치고 이 돈, 구경해봤다는 업체가 없다. 왜일까.

 이주홍 코오롱건설 환경부문 사장의 말이다. “기본적으로 액수가 적어요. 수천·수백억원에서 수십조원 얘기까지 나오지만, 많은 게 아닙니다. 녹색정책의 최대 수혜업종이라는 건설업계만 한번 따져봅시다. 당장 장기 미분양 아파트로 묶여 있는 자금이 50조∼60조원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4대 강 살리기며, 고속전철 공사, 신재생에너지 지원 등에 쓰겠다는 돈이 이보다 못해요. 그것도 4년간 쓰겠다는 예산이 고작 그 정도입니다. 언 발에 오줌 누기죠.”

 적은 예산투자지만 효율적으로 집행하면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정부가 4년간 총 50조원을 쏟아붓게 될 ‘녹색뉴딜사업’의 최대 투입처는 고속철도 등 사회간접자본 건설이다. 여기에 이 돈의 절반이 투입된다. 그 다음으로는 4대 강 살리기와 강변 연계사업 등이다. 흔히 차세대 녹색기술(GT)로 불리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사업에는 고작 9.2%의 예산투자만 이뤄질 뿐이다. 특히, 조선·철강·반도체 등 기존 전통산업의 녹색전환을 위한, 이른바 ‘G전이(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사업에는 한 푼의 예산도 책정돼 있지 않은 상태다.

 문형남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는 “‘뉴딜’이라고 하면 대규모 토목공사를 떠올리는데, 1930년대 미국의 ‘원조’ 뉴딜에는 삽질만 있었던 게 아니다”며 “오히려 신기술 개발과 광범위한 금융규제, 노동조합 인정 등의 노동자 권익보호, 사회안전망 구축 등을 거쳐 국민들의 안정적인 소비력을 증대시키고 위한 국가개입을 확대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단순한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아니라 경제 체질을 뜯어고치고 경제 운용 체제를 바꾼 것이 핵심이라는 얘기다.

 일자리 창출의 효율성 면에서도 건설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통신·콘텐츠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산업연관분석에 따르면 취업유발효과(10억원을 투자할 때 만들어지는 취업자 수)는 사회서비스업이 훨씬 크다. 보건 및 사회복지사업의 취업유발 효과는 43.6으로 건설업 35.2, 제조업 17.1보다 높다. 특히 우리나라의 사회서비스 고용비중은 20%대로 선진국들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사회적으로도 사회 서비스 분야에 대한 고용 창출의 필요성이 크다는 근거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기본적으로 장기 사업인데, 효과성 낮은 사업을 오랜 기간 시행하면 이에 따른 사회적 손실이 엄청나다”며 “녹색뉴딜정책의 내용이 과거 사업들의 재탕이라는 비판이 많이 제기되고 있는데, 오히려 더 큰 걱정은 이들 사업이 대부분 엄격한 효과성 분석이 없이 시작되는 신규 사업들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국가 그린오션의 컨트롤타워, ‘녹색성장위원회’

 최근 민간위원장에 김형국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66)이 내정되면서 ‘녹색성장위원회’의 공식 발족이 눈앞에 다가왔다. 이에 따라 위원회의 녹색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녹색성장위원회는 기존 지속가능발전위원회와 국가에너지위원회, 기후변화대책위원회를 통합한 조직이다. 국무총리와 민간위원장의 공동위원장과 50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간사는 국정기획수석이 맡는다.

 녹색성장위원회의 사무처 역할을 담당하는 녹색성장기획단은 우기종 전 FTA 국내대책본부 전략기획단장과 김상협 대통령실 미래비전비서관이 공동으로 맡는다. 총 5개 팀(녹색성장기획팀, 녹색기술산업팀, 기후변화대응팀, 에너지정책팀, 녹색생활지속가능발전팀) 1개 TF(국제협상)로 구성된 위원회는 이달 초 공식 발족한다는 계획이다. 발족과 동시에 녹색성장위원회는 대통령 주재하에 위촉식 및 1차 회의를 개최,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안)’의 추진상황 보고와 ‘녹색성장 국가전략’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그간 지식경제부를 비롯해 환경부·국토해양부·농림수산식품부·기상청·산림청 등 정부부처가 개별적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정책을 각개 추진해왔다”며 “큰 틀에서 이들 정책을 통합·조정하는 기능을 가진 관리조직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위원회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존 정책 가운데 중복되는 부문은 상당 부분 정리되고 흩어져 있는 사업은 대폭 통·폐합된다. 위원회는 이미 녹색성장기본법의 제정 추진으로 기존 기후변화대응법 등의 각종 유사법의 상정을 백지화시킨 상태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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