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기 삼성전자 신임 사장이 대만으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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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원기 삼성전자 신임 사장이 LCD 사업의 지휘봉을 맡자마자 대만 출장길에 올라 눈길을 끈다. 대규모 인사·조직개편 등으로 잠시 숨 고를 여유를 찾을 만도 하지만, 최근 해외 고객사 구매 물량이 급감하면서 당장 급한 불을 꺼야 하기 때문이다. 내부가 뒤숭숭한 와중에도 주요 고객사들 챙기기에 여념없는 삼성전자 CEO들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장원기 삼성전자 사장은 LCD사업부장 발령직후인 지난 20일부터 신임 전략마케팅팀장인 박하철 전무와 함께 급히 대만 출장을 떠났다. 목적은 세계 최대 노트북PC 메이커인 대만 ‘에이서’의 CEO를 직접 만나 잠시 소원해진 관계를 풀기 위해서다. 에이서는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노트북PC용 LCD 패널을 가장 많이 샀던 곳이자, 델·HP와 함께 삼성전자 최대 고객사 가운데 하나. 지난해 3분기 기준 에이서는 월평균 70만장의 노트북용 LCD 패널을 구매했다.

그러나 시황이 급격히 악화된 지난해 4분기부터는 물량을 급격히 줄인 상황이다. 지난 12월에는 한달 3만장 수준으로 구매 물량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 침체의 영향도 있지만 LCD 패널 공급 부족 당시 삼성전자가 델·HP 등과 비교해 서운하게 대했던 것이 에이서측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장 사장은 지난해까지 TV·모니터용 LCD 패널 사업만 맡았을뿐, 노트북용 LCD 패널 사업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본인으로선 그동안 ‘에이서’를 상대할 이유가 없었던 셈. 그러나 TV·모니터·노트북 등 모든 LCD 사업을 총괄하게 된 지금은 입장이 달라졌다. 특히 세계 LCD 패널 시장 1위라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유독 노트북용 LCD 패널 시장에서는 3년 내리 LG디스플레이에 선두를 내줬다. 당장 올해 노트북용 패널 시장 1위를 탈환해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에이서와의 관계 회복이 절실한 것이다. 장 사장이 사장 승진을 자축할 새도 없이 만사 제쳐두고 에이서로 달려간 까닭이다.

노트북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LCD가 주력인 삼성전자로선 모든 CEO들이 해외 주요 고객사를 직접 챙기는 것이 관행”이라며 “지난해 이윤우 부회장이 취임하자마자 마이클 델 회장을 직접 만나기 위해 애썼던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장 사장이 이번 대만 방문을 통해 신임 CEO로서 1차 특명인 에이서와의 관계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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