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보낸 뒤 잠잔 기억만 남아 있다면, 올해 설만큼은 색다르고 알차게 보내고 싶은 이들이라면 만화책으로 역사에 빠져드는 건 어떨까. 철저한 역사적 사실 고증을 바탕으로 만화 특유의 해학을 활용, 우리 역사를 풀어낸 수작(秀作)들은 웬만한 역사책보다 쉽게 우리 역사를 전달해준다.
역사 만화의 대가 고(故) 고우영 화백의 ‘일지매’는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한국의 책 100’에 선정될 만큼 우수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전 8권인 이 작품은 당쟁과 자신의 부귀를 위해 나라를 팔아 먹는 지배계급을 그려내며, 70년대 암흑의 삶을 풍자한 작품이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전개되는 이야기와 슬픔을 간직한 영웅의 모험담이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두호 화백의 ‘가라사대’는 우리 역사 속 기인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푼 작품이다. 21가지 기인들의 이야기를 수채 물감, 아크릴 물감, 색연필, 컴퓨터, 파스텔 등 이야기에 맞는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한 점도 눈길을 끈다.
‘남한산성’은 무협만화로 유명한 권가야 작가가 임진왜란부터 병자호란까지의 역사를 탄탄한 스토리와 선 굵은 그림체로 흥미롭게 풀어낸 작품이다. 부천만화정보센터의 경기도 기전문화원형 만화창작사업의 첫 결과물인 이 작품은 남한산성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치욕의 역사 속에서 초라한 백성들의 모습이 아니라 민족의 질긴 생명과 진리, 믿음을 그렸다.
소설가 고(故) 박경리의 ‘토지’를 만화로 만나면 1897년 추석부터 1945년 광복까지의 근대사를 훑어볼 수도 있다. 하동 평사리를 배경으로 한국의 역사와 운명의 서사시를 다룬 ‘토지’는 한국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이지만 원고지 3만장이 넘는 분량의 전권을 일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만화 ‘토지’는 원작의 치밀한 구성과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만화 특유의 예술성을 더해 독자의 재미와 흥미를 유발한다.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로 유명한 교양만화의 대가 이원복 교수가 중앙일보에 연재한 ‘이원복 교수의 세계사 산책’은 세계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현실과 미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 작품이다. 세계사를 서구 중심, 강대국 중심으로 보는 시각이 아닌 동서양의 관점에서 통사 뒤에 숨겨진 유쾌하고 흥미로운 105가지 이야기를 풀어낸다. 역사를 바로보는 시각을 통해 21세기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좌표를 제시하고 열린 안목을 갖추기 위해 세계사를 재조명했다.
네이버에서 야구만화로 인기를 끌고 있는 최훈 작가의 ‘삼국 전투기’는 유비, 관우, 장비 등에게 묻혀버린 삼국지의 영웅들을 흥미롭게 되살려내고 있다. 일간스포츠에 연재 중인 이 만화는 재치가 넘치는 대사와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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