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2009]다국적기업-혁신으로 불황을 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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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축년 새해의 화두는 ‘생존’이다.

 강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

 국내 기업은 물론이고 다국적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IMF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던 한국 내 다국적기업들이 겪는 체감 온도는 더욱 싸늘하다. 하지만 싸늘한 생존의 터널을 통과해 살아남는다면 이전보다 더 확고한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새해를 맞은 다국적기업들의 각오가 남다르다.

 최악의 경영환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다국적기업들은 한발 더 나아가 ‘진정으로 뛰어난 기업은 불황과 호황 모두에서 기회를 찾는다’는 명제 속에서 새해를 시작했다.

 근본적인 혁신 동력이 끊임없이 공급된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기존의 틀을 깨고 좀 더 적극적으로 시장을 만들어가겠다는 기업들의 전략이 눈에 띈다.

 한국유니시스는 불황을 맞아 대형 서버로 IT 효율성을 높이는 집중화된 전산 환경이 다시 대두할 것으로 보고 모든 사업영역을 재정비하고 있다. 마케팅 및 영업 활동을 세분화해 국내 기업의 특성에 따라 맞춤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한국넷앱은 최근 세계 경기가 위축돼 국내 기업도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솔루션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 따라 어려운 경제환경에서 고객이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네트워크장비 회사인 익스트림네트웍스코리아는 지난해보다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선언하고 나섰다.

 최준근 한국HP 사장은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앞으로 찾아올 새로운 기회와 호황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비용 절감에만 관심을 갖기보다는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기업혁신 노력을 통해 회사의 경쟁력을 높여나가겠다는 전략이다.

 김경진 한국EMC 사장도 올해 어려운 경제 상황이야말로 고객들에게 EMC의 진정한 가치를 심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선택과 재집중(Re-Focus)’이라는 경영전략을 세웠다.

 아울러 불황 극복을 위한 협력사, 고객과의 ‘상생’도 새해 경영 화두로 떠올랐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고객의 숨은 요구를 찾아내 만족도를 높이는 혁신을 통해 ‘국내 IT시장의 강자’로 귀환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썬 스타트업 에센셜 프로그램’ 등 고객 접점인 파트너를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기본 전제는 ‘고객의 성공’을 최고의 가치로 삼겠다는 것이다. 넷앱은 최첨단 스토리지 솔루션을 한국 기업고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국넷앱이노베이션센터(NIC)’를 곧 개소할 예정이다. 한국후지쯔도 지난해 12월 오픈한 가상화솔루션센터를 기반으로 고객 시스템의 가상화 구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등 고객 지원을 강화해 갈 예정이다.

 비즈니스 혁신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IBM은 1990년대 초 고객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내부의 목표만 추구하다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 당시 얻은 교훈이 언제나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그에 따라 변화를 추구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 같은 위기는 IBM이 하드웨어 위주에서 벗어나 정보기술과 경영전략을 결합한 솔루션 서비스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경영환경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을 키웠다.

 진정한 강자는 상황을 탓하지 않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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