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 새해 녹색산업 분야의 최대 화두는 정부 정책의 비즈니스화다.
지난해 8월 이후 우후죽순 격으로 각 부처에서 튀어나온 각종 정책이 올해 본격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이들 시책이 일선 업체산업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다.
정부는 시장창출을 통한 산업화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수요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현행 ‘자발적 신·재생에너지 투자제도(RPA)’를 총 발전량 중 일정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의무 공급하는 제도(RPS)로 전환하고 임의적으로 운용되는 바이오디젤 혼입제도는 원료 수급 상황을 고려해 의무화(RFS)할 방침이다.
또 행복도시, 혁신도시 등 신도시 건설이나 건물 건설, 신축 시에는 신·재생에너지 사용 설계를 반영한다. 이에 따라 현행 총 건축비의 5% 이상을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투자하도록 돼 있는 공공건물은 2012년부터 의무적으로 총 에너지 부하량의 5%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설계해야 한다. 일반 건물에는 신·재생에너지 인증제가 도입돼 건물 건축 등에 총 에너지 부하량의 5%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사용하면 보조비율 우대 등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원 개발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태양광은 2012년까지 발전용량을 400㎿, 풍력은 약 1GW로 확대하는 한편 2009년 말에는 세계 최대의 시화호 발전소 준공(254㎿)과 520㎿ 규모의 가로림만 발전소를 조기 착공하는 등 국내에 풍부한 해양에너지 자원을 활용할 계획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정부와 민간 등 범국가적 시스템의 운용과 은행권의 협조 융자제도 도입, 전문인력 양성, 규제 철폐 등 그린에너지 산업이 이른 시일 내에 성장동력화되도록 모든 채널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한만큼, 일선 산업으로의 파급효과는 올해 본격화될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은 “오는 7월 이탈리아에서 16개국 정상이 모여 자국 저탄소 실적을 만든다. 또 12월에는 덴마크에 모여 각국의 탄소 저감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며 “결국 대한민국 모든 산업을 녹색산업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지금 태양력, 풍력 하면 비싸다. 당장은 경쟁력 없다. 하지만 집중적으로 연구해 기름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며 “국민소득 3만, 4만달러를 달성하려면 공장을 더 지어야 하는데, 탄소 소비량을 지키려면 현재 있는 공장도 줄여야 한다. 딜레마다. 줄이지 않으려면 새로운 기술, 그린 테크놀로지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기업 화두는 그린>
각 기업의 새해 최고 미션은 단연 ‘그린’이다. 특히 기존 전기·전자·IT업체의 그린비즈니스화 경쟁이 새해 벽두부터 치열하다.
LG전자는 2012년까지 연간 7만5000톤, 2020년까지 생산시스템과 프로세스의 최적화, 저효율 설비 교체 등을 통해 연간 15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계획대로라면 2012년과 2020년 온실가스 매출 원 단위(단위 생산액당 배출량)는 작년보다 각각 25%, 60% 줄어든다.
아울러 제품의 에너지 효율성을 2007년 대비 15% 정도 높여 전력 사용 절감 등을 통해서도 2012년까지 1200만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추가로 얻겠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지난달 세계적 온실가스 검증기관인 노르웨이 DNV로부터 온실가스 관리 체제와 배출량 관리가 국제규격에 적합하다는 인증서를 받았다. 제품별로는 고효율 개발 5개년 기술로드맵도 마련해 놓은 상태다. 현재 미국 50개주 160개 지점에서 자사 제품 수거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생산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오는 2010년까지 2001년 대비 45% 감축할 계획이다. 2006년 말 기준 삼성전자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818만톤 규모다.
목표달성을 위해 총괄사업조직별로 에너지 감축 목표를 설정, 기존 생산시설의 공정과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고 신규 생산시설은 전력소모가 적은 것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부문은 앞으로 증설 신규 설비의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인 과불화탄소(PFCs) 배출량을 각각 25% 이상, 95% 이상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2004년부터 제품 개발 단계부터 친환경성을 확보하기 위해 ‘에코디자인 평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는 제품의 자원효율성·환경유해성·에너지효율성 등을 평가, 자체 기준을 충족해야만 출시하는 시스템이다. 또 공정의 친환경성이 입증된 협력업체만을 ‘에코파트너’로 인증하고, 위험물질제한법(RoHS)에 적합한 부품만 사용하고 있다.
하이닉스 역시 비상 경영 상황에도 불구하고 환경 문제에는 소홀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하이닉스의 ‘2009년 환경경영 추진 계획’에 따르면 설계-생산-판매-폐기 등 모든 단계에 친환경 프로세스를 갖추고, 공정에서 사용되는 폐수의 실리콘을 재활용하거나 폐산(질·불산)을 농축해 다시 사용함으로써 환경 문제 해결과 경영난 극복을 동시에 노린다.
이와 함께 청주 공장의 방류수를 인근지역 산업단지나 생태공원에서 활용하거나, 철강업계와 네트워크를 구성해 하이닉스가 배출하는 폐산(질·불산)을 철강업체들이 다시 쓰는 방안도 추진한다. 하이닉스 이천 공장은 2007년 이후 열병합발전소에서 나오는 따뜻한 물을 인근 논에 농업용수로 공급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과불화탄소(PFCs) 등 온실가스 관리시스템 구축과 온실가스 감축 전담반 운영, 청정개발체계(CDM) 참여 등 그동안의 환경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로부터 ‘빙하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해외도 그린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을 비롯해 베스타스(덴마크), 가메스(스페인), 에너콘(독일) 등 세계 유수의 그린 컴퍼니는 이미 녹색 분야에서 독보적인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2005년 이후 관련 벤처 캐피털의 투자도 급증세다. 녹색산업 관련 해외 벤처기업의 창업도 늘었다. 1990년대 IT와 같은 붐이 이미 미국 등 선진국 산업계에서 일고 있다.
실제로 2001년 7억8000만달러 수준에 그치던 미국의 녹색산업 투자는 2005년 16억3200만달러, 2006년에는 29억달러까지 증가했다. 작년 말 기준 공식 집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증가 추세를 고려 시 그 규모가 50억달러는 웃돌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미국·유럽 등 서구 못잖게 일본 역시 기존 산업의 그린화가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미쓰비시는 온실가스 원단위를 2021년까지 2005년 대비 30%, 월풀은 2012년까지 총 배출량을 2007년보다 6.6% 줄일 계획이다. 도시바와 히타치는 모두 2025년까지 총 배출량을 각각 3600만톤, 2000만톤 감축할 방침이다.
김정인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태양광·풍력은 이미 일본·독일 등이 우리보다 10년 이상 앞서 따라잡기 어렵다”며 “신재생에너지 중에서도 음식물 쓰레기에서 연료 가스를 뽑아내는 기술 등 우리가 앞설 수 있는 틈새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태양광 발전설비 관련 국내 생산체계(자료: 관계부처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