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녹색 뉴딜에 디지털을 덧입혀야

 정부가 오는 2012년까지 50조원을 투입하는 녹색 뉴딜 정책을 내놓았다. 총사업비 50조원 중 국비와 지방비가 43조원이니 적지 않은 재정을 투입하게 된다. 정부가 때늦지 않게 재정 확대 정책에 나선 것은 다행한 일이다.

 재정을 동원한 뉴딜 정책의 가장 큰 목적은 일자리 창출이다. 일자리 창출로 황폐화돼가는 가계를 부양하고 소비를 유도함으로써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시장이 활성화되면 기업활동이 살아나고 경기도 자연스레 회복된다. 정부는 이번 정책으로 96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한다. 제시된 수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앞서 정부 의도대로 일자리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미 곳곳에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정부조차 공기업에서부터 금융기관을 통한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기업도 앞다투어 구조조정과 감원에 나서고 있다. 이대로 가면 실업자는 더욱 늘어나게 되고, 가계 소비는 얼어붙게 된다. 가뜩이나 침체된 경기는 더욱 깊은 골짜기로 빠져들 것이 불을 보듯 훤하다.

 정부가 펼쳐놓은 뉴딜 선물 보따리는 이 같은 불안감을 완전히 지울 수 없어도 일말의 안도감과 희망을 준다. 하지만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 스스로 이번 재정 정책을 녹색 뉴딜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진정한 의미의 녹색 성장을 위한 투자에는 인색하다. 특히 경기 회복 이후 국가의 성장을 책임질 신성장동력 발굴과 육성에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9대 핵심사업의 대부분이 이른바 토목을 주로 하는 SOC 투자에 집중돼 있다. 50조원 중 32조원이 넘는다. 진정한 의미의 녹색 성장을 담보해낼 수 있는 사업은 그린카 및 청정에너지 보급, 국가공간정보 통합체계 구축 등을 합쳐 모두 3조원에서 4조원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4대 강 정비에 14조원, 녹색교통망 확충에 10조원 가까이를 투입하면서도 이의 인프라인 국가공간정보 통합체계 구축에는 겨우 1.5%에 지나지 않는 3700억원뿐이다. 세계 각국이 목숨을 걸고 있는 청정에너지 개발과 보급에도 2조원 안팎만 배정됐다. 더욱이 정부도 인정했듯이 이들 예산 중 일부는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이미 책정돼 있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

 전자신문이 새해를 맞아 마련한 특별좌담회에서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한 말이 자꾸 되새겨진다. 그는 미국이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도로·댐 건설 등의 뉴딜을 추진한 것은 그 당시에 토목이 첨단산업이었기 때문이며, 지금은 현재의 IT, 더 나아가 미래 성장동력인 에너지 분야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 뉴딜을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인 한국정보산업연합회장은 IT 분야는 일반 제조업에 비해 고용창출 능력이 7배에 이른다며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소프트웨어(SW), IT서비스에 투자를 단행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현 위기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새해 추경예산이 사상 최대 규모가 돼야 하며 디지털 뉴딜 예산이 대폭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막상 뚜껑이 열린 정부의 녹색 뉴딜 정책에는 신성장동력을 담보해낼 디지털 뉴딜 예산이 기대 이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신성장동력 예산을 대폭 늘려 녹색 뉴딜에 과감히 디지털 옷을 덧입혀야 한다. 막대한 SOC사업에 꼭 필요한 IT만 접목시키더라도 예산 증액 없이 디지털 뉴딜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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