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현실로]클라우드 컴퓨팅- 뜬구름 아닌 현실로 IT 뒤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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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년 10월 12일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가트너 심포지엄 IT엑스포’ 가트너는 2009년 10대 전략기술을 발표하면서 ‘클라우드 컴퓨팅’을 ‘가상화’에 이어 두 번째로 올려놓았다. 1년 전 발표한 2008년 10대 기술에서 5위였던 가상화가 1위로 오른 것은 예상된 바였지만, 순위에 없던 클라우드 컴퓨팅이 단숨에 2위로 오른 것은 뜻밖이었다.

#2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비롯한 연구기관과 삼성SDS, KT, 한국IBM, 한국MS, 한국썬 등 내로라하는 국내외 IT기업이 모두 모인 가운데 ‘한국클라우드컴퓨팅협의회(CCKI)’ 추진위원회 발족식이 열렸다. 외국에 비해 뒤처져 있던 국내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의 발전 기반을 마련하려는 첫걸음이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한마디로 다양한 장소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컴퓨터 자원을 다양한 단말기를 이용해 제공하는 기술이다. 모든 컴퓨터 자원이 ‘구름(클라우드)’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용자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연결되는 자원을 이용하고, 공급자 역시 ‘구름’ 속에 있는 자원으로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이용자가 필요한 컴퓨팅 프로그램을 개별PC에 저장하지 않아도 되고, 공급자 역시 필요한 IT자원을 전산실 서버에 두지 않아도 된다. 이에 따라 컴퓨팅 환경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구축·운용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여기에 다양한 컴퓨팅 환경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무한대로 확대 개발할 수 있다는 것도 클라우드 컴퓨팅을 더욱 주목받게 하고 있다.

메릴린치는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향후 5년 이내에 세계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이 950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하고, 이 기간 중 세계 소프트웨어(SW)시장의 12%가 클라우드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기대는 단순히 시장 규모가 아니라 이것이 수많은 컴퓨팅 기술을 아우르는 복합 환경이라는 점에서도 기인한다. 클라우드 컴퓨팅에는 가상화를 비롯해 유틸리티, 그리드, 유비쿼터스, SaaS(Sw as a Service) 등 혁신적인 컴퓨팅 기술이 모두 녹아 있다.

각기 다른 위치에 존재하는 컴퓨팅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가상화’가 필연적으로 요구되고, 개별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단말기로 컴퓨팅 자원에 접속하기 위해서 ‘유비쿼터스’ 컴퓨팅 및 통신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모든 IT자원을 공유하기 위해서 이를 연결할 수 있는 ‘그리드’ 기술이 투입되고, 사용자가 IT 자원을 필요한 만큼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유틸리티’ 컴퓨팅이 기본을 이뤄야 한다.

아직 일반 사용자의 눈에는 구름에 가린 클라우드 컴퓨팅이 잘 보이지 않겠지만 이미 세계 주요 IT기업은 구름 너머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의 패권을 거머쥐기 위한 경쟁을 시작한 상태다.

IBM은 지난 2007년 구글과 함께 대학생들이 클라우드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동 학술프로그램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 2월에는 중국 우시에 SW기업이 가상의 IT자원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개발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센터를 구축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10월 클라우드 컴퓨팅 운용체계와 서비스 플랫폼을 발표했고, 델은 업계의 반발에도 아예 ‘클라우드 컴퓨팅’ 용어를 상표로 등록하려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뒤늦게나마 지난해 말 CCKI 추진위가 발족된 데 이어 이르면 1∼2월 사이 CCKI가 공식 출범할 예정이어서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산학연 차원의 공동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개별 기업 가운데는 삼성SDS, KT, 클루넷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CCKI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심명종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전무는 “클라우드 컴퓨팅은 IT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칠 주요한 흐름”이라며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IT가 또 한번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동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사업팀장도 “클라우드 컴퓨팅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광범위한 기술이다. 최근 같은 불황일수록 이를 통해 새로운 먹을거리 산업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문제와 개선점은

클라우드 컴퓨팅이 인류의 상상을 현실로 앞당기는 또 하나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개선해야 할 사안이 많다는 지적 또한 끊이지 않는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기본 출발점이 IT자원을 공유하고, 개인 프로그램이나 데이터를 중앙에서 관리·보관하는 것이다 보니 보안과 안정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공개SW의 대부로 불리는 리처드 스톨먼은 지난해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을 ‘함정(trap)’으로 규정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하고, 폐쇄적이고 독점화된 시스템을 구입하도록 하는 마케팅 캠페인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도 적지 않다. 지난해 미국의 퓨인터넷앤아메리칸라이프프로젝트(Pew Internet and American Life Project)가 18세 이상 미국 성인 22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69%가 웹메일·온라인데이터저장·웹기반SW 등 초기 형태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가 서비스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들 중 ‘나의 파일을 타인에게 판매하는 행위가 매우 우려된다’고 말한 응답자는 무려 90%에 달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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