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클럽 팹리스 올해도 ’두곳’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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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국내 팹리스 기업 중 매출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한 곳은 아쉽게도 두 곳에 불과할 전망이다.

 지난 상반기만 해도 5개사가 ‘1000억원 클럽’ 가입이 예상됐으나 하반기 들어 전방 산업의 부진 영향으로 업체들의 매출 감소가 이어졌다.

 특정 제품군에 얽매인 우리 팹리스의 한계로도 보인다. 지난 2004년 엠텍비젼과 코아로직이 나란히 한국 팹리스 매출 1000억원 시대의 개막을 알린 후 5년째 클럽 회원수는 제자리다.

22일 관련업계 및 증권가에 따르면 엠텍비젼과 실리콘웍스만이 올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들 외에 매출 1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기대됐던 코아로직, 텔레칩스, 티엘아이는 업황 악화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엠텍비젼(대표 이성민)은 올해 16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 지난해(매출 1692억원)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주력제품인 모바일멀티미디어플랫폼, 카메라시그널·컨트롤 프로세서가 조화를 이룬 데다 북미향 전략모델 납품 증가와 해외 신규거래처 발굴에 따른 결과다.

디스플레이용 시스템반도체회사인 실리콘웍스(대표 한대근)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매출 620억원) 대비 90% 이상 늘어난 1200억원에 달하면서 새로운 1000억 클럽 멤버가 됐다. LCD 구동칩을 비롯해 타이밍컨트롤러, 파워칩 등 회사가 보유한 다양한 제품군이 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반면 코아로직(대표 황기수)은 2004년부터 이어오던 1000억원대 매출 달성이 올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굿모닝신한증권과 푸르덴셜투자증권은 코아로직의 올해 매출을 970억∼99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주력제품인 모바일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가 지난해에 비해 부진했던 탓이다.

텔레칩스(대표 서민호)도 주력제품인 디지털미디어프로세서의 수요처인 MP3P, PMP, 내비게이션 등이 경기 영향을 받으면서 9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지난해 매출 841억원에 비해 10% 미만의 성장률이다. 티엘아이(대표 김달수)는 3분기에 이미 지난해 매출(571억원)을 돌파하면서 올해 성장세가 유난히 컸다. 하지만 매출 1000억원 달성에는 실패, 860억∼900억원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

허염 실리콘마이터스 사장은 “팹리스가 성장하려면 제품군이 탄탄해야 하는데, 우리 기업들은 단품 위주가 대부분”이라며 “히트작이 나온 후 후속제품이 바로 출시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운호 푸르덴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우리 팹리스산업에 대해 “개발하는 모델 수가 늘면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하기에 차세대를 준비할 여력이 없다”면서 “휴대폰용 제품의 경우 한 회사 점유율이 떨어지면 경쟁사가 반대급부를 받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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