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연구중심대학이 성공하려면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부터 5년간 대학에 총 8250억원을 지원하는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World Class University)’ 사업에 18개 대학, 52개 과제를 선정했다. 대규모 대학 재정지원사업인 이 프로젝트는 새로운 전공·학과를 신설하는 1유형과 기존학과에 해외학자를 초빙하는 2유형, 그리고 세계적 석학을 초빙하는 3유형의 3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으며 매년 1650억원씩 5년간 총 8250억원이 지원된다. 지원 액수가 커 지난 9월 사업 접수 마감 시 60여 대학에서 470여 과제가 몰렸다.

 특히 WCU 사업은 녹색성장 등 우리 산업계의 화두인 융·복합 기술 과제가 많이 포함돼 있어 더욱 시선을 모았다. 실제로 이번에 선정된 대학은 차세대 태양광 발전을 비롯해 하이브리드, 에너지 환경, 그린 에너지 같은 녹색성장 관련 전공 및 학과를 내년부터 대거 개설하게 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등 전 세계가 녹색 분야를 새로운 성장아이템으로 삼고 국가에너지를 쏟고 있지만 이의 승패를 쥐고 있는 원천기술은 아직 우리가 취약한 상황에서 이번 대학의 잇따른 녹색 관련 학과 개설은 이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사업으로 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해 81명의 해외 유명 학자가 우리나라에 초빙된다니 국내 대학의 국제화와 연구환경 선진화 등에 많은 진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업이 애초 계획대로 우리 대학을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으로 탈바꿈시켜 놓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벌써부터 논문 실적을 잘못 계산해 선정 과제를 번복하는 등 세련되지 못한 일처리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여기에 야당 의원들이 사업신청서 마감까지 걸린 시간이 불과 3개월밖에 되지 않는다며 ‘졸속 추진’이라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내 대학의 세계 랭킹을 단시간에 끌어올린다는 WCU 사업 성격상 다른 정부 지원사업과 달리 이공계와 일부 상위권 대학에 지원이 집중된 것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선진대학의 연구 환경이나 기반을 얻을 수 있는 이번 WCU 사업은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여러 난관이 있다. 학계에서 지적하는 일부 비판적 목소리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예컨대 WCU 사업에 선정된 해외학자에게 주어지는 연봉 수억원과 연구장비 지원이 너무 미약해 과연 그 정도 지원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학자들이 한국을 찾을지 하는 의문이 여전하다. 초빙된 해외학자가 연구하려면 국내에서 팀을 이뤄야 하는데 연구 기한이 짧은 것을 감안하면 팀을 이룰 국내 연구인력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저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차라리 WCU 사업을 국내 연구진에 투입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1999년부터 세계적 수준의 대학원 육성과 연구인력 양성을 목표로 ‘두뇌한국(BK)21’이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 현재 2단계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BK21은 시행된 지 10년이 됐지만 내년에 지원기준을 강화하는 등 아직도 개선 부문이 남아 있다. 얼마 전 우리가 가진 세계 최고 기술이 하나도 없으며 향후 5년 내에도 이런 현실이 계속될 것이라는 보고서가 발표된 바 있다. 이런 마당에 원천기술의 보고인 대학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부는 WCU 사업이 BK21과 같은 부작용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다 세심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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