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국제과학비즈벨트와 과학산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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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기획연구 공청회에서 거대과학 기반시설 건설과 아시아기초과학연구원 구성 및 기능 등의 밑그림이 발표됐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둘러싼 과학계의 관심은 거대과학 기반시설 건설, 특히 현재 거론되고 있는 중이온 가속기와 방사광 가속기 간의 선택 문제, 아시아기초과학연구원 설립에 따른 출연연구기관의 중복 문제 등에 맞춰지고 있다.

 가속기 건설과 출연연구기관 향방에 비해 ‘과학 비즈니스’를 향한 관심은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과거 추격형 기술전략으로는 더 이상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 아래, 기초·원천 연구역량을 확충함으로써 미래 성장잠재력을 확보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러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당초 기획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과학적 성과의 비즈니스화 문제는 기획 당시부터 비중 있게 고려돼야 할 것이다.

 미국이 1990년대에 일본에 빼앗긴 세계 경제 패권을 재탈환해 글로벌 경제 리더로서 재부흥할 때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된 것은 기초과학 성과의 발빠른 자본화 과정이다.

 바이오기술의 사업화 사례는 기초과학 성과의 사업화를 위한 시스템 설계의 중요성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바이오기술 발전의 기폭제가 됐던 단일세포항체 발견과 연구활동이 영국에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초기 응용과 사업화를 진행하게 된 것은 중개연구기반과 벤처캐피털 등 사업화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미 과학·엔지니어링·공공정책위원회(COSEPUP)는 미국이 기초과학 성과를 짧은 기간에 자본화할 수 있었던 시스템 특성으로 다양화된 연구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한 안정적인 자금 공급, 투자자를 위한 강력한 유인구조와 아이디어, 자유로운 인력 이동, 유능하고 유연한 인적 자본, 산학연 협력을 지원하는 연구 및 자본화 메커니즘 등을 들고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서 생산되는 지식자본이 축적된 이후에, 사업화를 위한 메커니즘을 설계한다는 단계론적 접근은 바이오기술의 사업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지식자본의 해외 유출이라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더구나 과학적 지식의 발전과 응용기술 발전은 점점 더 밀접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과학적 지식의 산출 이후에 기술발전이 이루어진다는 선형적인 관점에 의존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설계하게 되면 경제적 성과 창출은 요원해질 수 있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기초·원천 역량 확충과 미래 신성장동력 사업화 과정이 선순환되는 시스템 통합적인 관점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설계하려는 노력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과학 비즈니스’ 개념 정립과 과학적 성과의 사업화에 필요한 시스템 요소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이러한 과학 비즈니스 특수성에 대한 인식의 기반 하에 기초원천 연구와 응용기술 연구를 매개할 수 있는 중개연구조직, 테스트베드 사업, 고위험 고수익을 담보할 수 있는 기술금융시스템 설계 등의 사업화 메커니즘이 사업 초기부터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현재 교육과학부와 지식경제부가 각각 추진하고 있는 기초과학 부문 설계와 비즈니스 부문 설계가 통합적인 시각에서 추진될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황혜란 대전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 hrhwang@dj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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