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는 이야기꾼이 돼야 합니다.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자리를 이끌어야 하죠. 수천 가지가 넘는 와인은 저마다 다른 문화와 역사가 있어 CEO의 이야기 보따리가 됩니다.”
안규문 밀레코리아 사장은 이야기가 있는 경영을 추구한다. 냉장고와 오븐, 커피메이커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제품을 판매하는 밀레는 단순히 가전제품만이 아니라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삶의 풍요로움을 이야기한다. 그는 밀레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그로써 만들어지는 콘텐츠를 파는 회사라고 말한다.
실제로 밀레에는 액티브키친이라는 공간이 있다. 밀레의 제품을 이용해 음식을 만들고 커피도 마실 수 있는 공개된 곳이다. 콘텐츠와 이야기를 함께 판매하는 전략이 실현된 곳이다.
“중요한 자리에서 독일 임원을 모시고 식사를 하면서 와인을 고를 때 고민에 빠집니다. 와인은 서양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아무리 잘 안다고 해도 그들을 압도하기 힘들죠. 그래서 한국 고유 전통주인 복분자를 권하며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이야기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 그들이 모르는 새로운 콘텐츠를 화두로 제시한 것이다. 의외로 반응이 꽤 좋았다는 안 사장. 그 일로 독일 본사 임원들과 서로 와인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게 되고 상대방이 어떤 와인을 즐기는지 알게 됐다고 한다.
안 사장은 본사 임원의 생일 땐 당연히 복분자를 선물한다.
“우리가 소주를 즐기듯이 서양사람에게 와인은 사교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매개체입니다. 약 10년 전만 하더라도 독일 저녁식사에선 슈바이네학센과 브로이 맥주가 거의 필수코스였어요.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독일에서도 맥주보다는 와인을 즐기고 있어요.”
그는 와인 열풍이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 사람에게 웰빙의 필요성들이 대두되면서 나타난 추세로 보고 있다.
20년 정도 와인을 즐겨온 안 사장이 와인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밀레에서 와인냉장고를 국내에 도입하고부터다. 좋은 와인이라 하더라도 와인의 종류에 따라 적합한 온도와 습도(70% 이상)를 맞추지 못한 곳에 보관하게 되면 와인 맛이 변질된다.
“와인냉장고를 팔려니 와인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죠. 습도부터 서빙 온도 등 와인 맛을 최상으로 하는 최적의 환경을 항상 고려해요.”
안 사장은 서빙 온도를 체크하며 스페인산 스파클링 와인 ‘세구라 비우다스 아리아(Segura Viudas Aria)’를 권했다. 이 와인은 스페인의 토착 품종인 마카베오, 파렐라다, 자렐로 등이 블랜딩돼 파인애플, 아몬드, 꿀 등의 풍미가 입을 즐겁게 하기 때문에 독특한 와인을 마시는 즐거움에 빠진다.
그는 “와인은 형식이나 머리보다는 마음으로 마시는 음료”라며 “와인의 종류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즐기라”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안규문 사장의 추천와인
와인: 세구라 비우다스 아리아
빈티지: 없음
생산국 및 지역: 스페인
종류: 레드(red)
포도품종: 마카베오 60%, 파렐라다 20%, 자렐로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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