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위원장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25일 제34차 운영위원회를 열고 내년에 정부가 추진할 과학기술기본계획 시행안을 심의, 확정했다. 앞서 정부는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보다 10.8% 늘어난 12조3000억원으로 정한 바 있는데 이번에 구체적 계획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주력기간산업 기술 고도화 같은 7대 기술분야에 전체의 35% 정도인 4조6282억원이 투입된다. 또 세계적 과학기술인재 양성 활용 같은 7대 시스템 분야에 3조6257억원이 배정됐다. 지난 8월 정부는 이른바 ‘577’로 불리는 이명박 정부의 과학기술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국가 총 R&D 예산을 오는 2012년까지 GDP 대비 5%(정부 1.25%, 민간 3.75%)로 높이고 7대 기술 분야를 중점 육성하는 한편 7대 시스템을 선진·효율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4년 후 세계 7강에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정부 목표다.
이번에 확정한 정부 R&D 비용은 이 같은 577 계획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어서 시선을 모은다. 무엇보다 정부가 내년에 추진할 중점 R&D 방향의 하나로 기초·원천연구 강화를 꼽은 것은 바람직하다. 기초·원천 연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국·일본·유럽연합(EU) 같은 기술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기초·원천 연구 확대가 필연적이다. 사실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정부의 R&D비는 선진국과 비교해도 결코 적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절대 액수에서는 선진국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지난해 정부 R&D비 가운데 기초연구가 차지한 비중은 25%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에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은 각각 46%와 43%에 달했다. 이들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선 보다 많은 자금을 기초연구에 쏟아 부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것이다. 비록 내년 기초·원천 연구비가 8500억원을 돌파하며 29.3%로 늘어났다고 하나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이미 독일·프랑스 같은 선진국은 미증유의 세계 경기 불황에도 기초과학 투자는 계속 늘릴 태세다. 얼마 전 프랑스 최대 연구기관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한 관계자는 “올해 예산이 5조9000억원인데 내년에도 줄지 않고 늘릴 것”이라고 밝혔으며, 세계 최고 연구기관으로 평가받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총재도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R&D비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두 사례는 선진국이 기초과학에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타산지석이다.
정부가 지난달 서상기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오는 2010년이면 불과 1년으로 좁혀지고 3년 뒤에는 오히려 중국이 우리를 추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 기술 확보에서도 우리는 미국·일본·유럽에 비해 현저히 뒤지고 이 같은 상황은 몇 년 뒤에도 여전할 것으로 예견됐다. 기초 연구 강화를 통한 핵심기술 확보에 한시가 급한 것이다. 기업이나 국가 모두 경제가 어렵다고 움츠러들어서는 결코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10년, 20년 후를 바라보고 R&D 투자를 늘려야 하며 원천기술 확보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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