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멀티플렉스 극장은 한국 영화 관객에겐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단성사, 화양극장 등 이른바 단관 극장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그 자리를 멀티플렉스가 꿰찼다. 멀티플렉스가 확산되면서 영화 보는 행위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단관 개봉관 시절, 특정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 앞에 길게 줄 섰던 ‘돈키호테’형 관객은 사라지고 5∼6개 영화를 놓고 볼 작품을 고민하는 ‘햄릿’형이 관객이 전형으로 자리 잡았다.
멀티플렉스 극장의 확대는 상영 스크린 증가로 이어졌다. 최근 1개의 극장이 평균 5개의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상영관 증가가 관객의 행복으로 이어졌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관객 불평은 과거 그대로다. 여전히 볼 만한 영화가 없다는 사람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스크린은 늘었지만 그것의 절반 이상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나 국산 상업 영화가 차지하고 있다. 대세가 아닌 영화를 보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멀티플렉스의 등장이 ‘작은 영화의 몰락’을 가지고 왔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그러나 절망하긴 이르다. 가뭄 뒤 단비처럼 멀티플렉스 극장에서도 ‘작은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각 극장 체인이 진행하는 기획 영화제를 통해서다. 대표적인 기획 영화제는 롯데시네마 삼색영화제, CGV뮤비꼴라쥬 영화제다. 롯데시네마 삼색영화제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장르 영화 축제’라는 부제로 5년째 열리고 있다. 올해는 오는 17일부터 27일까지 롯데시네마 예술영화전용관 아르떼와 전국 롯데시네마에서 개최된다. 개막작은 ‘레저베이션 로드’. 레저베이션 로드는 뺑소니 사고로 아들을 잃은 한 부부와 이웃의 아이를 치고 그 사실을 숨긴 채 죄책감에 시달리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심리 스릴러물이다.
특히, 이 영화제는 홍(Red), 청(Blue), 황(Yellow) 등 섹션별로 국제영화제에서 이슈화된 장르영화를 선정해 상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홍(Red) 섹션은 호러, 스릴러 장르가 편성되며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악몽탐정’이 대표작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또 청(Blue) 섹션은 코미디·드라마 장르로 구성돼 제58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해피 고 럭키’가 소개된다. 황(Yellow) 섹션은 패밀리 판타지를 주제로 남자와 여자의 영혼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보이 걸 씽’ 등이 상영을 앞두고 있다.
CGV의 인디·예술영화 상영프로그램인 ‘무비꼴라쥬’도 지난 2004년부터 기획 영화제로 유명세를 날려오고 있다. CGV는 무비꼴라쥬 프로그램을 통해 웰메이드 영화를 지속적으로 발굴, 무비꼴라쥬 전용관뿐 아니라 일반 상영관에서도 확대, 상영하고 있다. 뮤비꼴라쥬 프로그램에 관해 CGV 측은 “접근성과 편의성이 뛰어난 멀티플렉스를 활용, 관객에게 보다 폭넓은 영화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게 취지”라고 당당히 밝히고 있다.
올해 뮤비꼴라쥬에선 2008 시네마디지털서울(CinDi) 영화제 수상작 및 화제작을 다시 관람할 수 있는 ‘신디잼하베스트’ 영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CinDi는 지난해부터 ‘아시아의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고, 디지털 영화의 미래를 소개한다’는 비전하에 CGV와 CJ문화재단 등의 협찬 및 후원으로 매년 개최되는 영화제로서 올해는 지난 8월 20일부터 26일까지 CGV압구정에서 열렸다.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CGV압구정에서 열리는 신디잼하베스트 행사엔 ‘살아남은 자의 송가’ ‘손뼉 치고 주먹 쿵쿵’ ‘밤비 내리는 소리’ ‘매미 소녀’의 수상작 4편과 ‘청계천의 개’ ‘트로피컬’ ‘비밀결사 매의 발톱단: 총통은 두 번 죽지 않는다’ 디지털 중편 등 4편의 화제작이 상영될 예정이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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