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화섬업체 `IT소재` 영토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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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그룹의 모태이자 내년이면 창사 40주년을 맞는 이수화학은 합성세제 원료인 알킬벤젠 시장에서 세계 5위권 회사며 국내 유일의 생산업체다. 이 회사는 지난달 반도체·LCD 생산 공정에 쓰이는 표면박리제(NMP)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오는 2010년께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회사는 지난 3월에 연산 3만톤 규모의 이소프로필알콜(IPA) 공장을 준공했다. 반도체 세정제를 처음 양산하기 시작했다. 올해 처음 진출한 전자 소재·화학 사업에서만 400억원의 매출을 기대했다. ‘세척’ 원료에 오랜 노하우를 지니다 보니, 큰 위험 부담이나 투자 없이 첨단 IT 세정제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직물 산업의 원조격인 제일모직은 내년에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전자재료 사업에서만 매출 1조원 고지를 넘는다. 전체 매출의 3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과거 원료에서 실을 만들어내던 직물 기술력으로 유사한 공정인 광학용 필름 사업에 비교적 쉽게 진출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전통 산업의 대명사인 화학·화섬 산업이 첨단 IT 소재 사업에 발을 뻗쳤다. 사명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변신이다. 과거 석유에서 각종 원료를 만들던 화학 업체와 이 원료로 섬유를 짜던 화섬 업체들이 신규 진출한 전자 재료 시장에서 서로 경쟁도 하면서 시장을 확대해가는 이색적인 모습도 나온다.

화섬 업체인 코오롱은 화학 중심으로 주력사업을 재편하면서 김천 공장에 후막 베이스필름 라인을 증설했다. 올해 SKC와 함께 폴리이미드(PI) 필름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코오롱은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필름 등 전자재료 사업에서 벌어들인다. 또 다른 화섬업체인 효성은 반도체·LCD 세정용 가스(NF3) 외에 최근 LCD 패널의 고부가 소재인 편광필름(TAC)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독일 아그파의 필름 사업을 인수했다. 해외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는 TAC 필름 시장에 신규 진입한다는 목표다. 전통적인 화섬업체들인 SKC·도레이새한·웅진케미칼 등도 직물 사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필름 시장에 진출했다. 전자 재료 사업이 많게는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화학 업계의 변신도 마찬가지다. 대표 주자인 LG화학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 가운데 4분의1 정도를 2차전지와 광학필름 등 정보전자소재 사업에서 벌어들였다. 최근 LCD 백라이트유닛(BLU)용 광학필름을 한장으로 구현한 복합필름 개발에 성공해 기술력을 선도한다. 비료 업체었던 삼성정밀화학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에 들어가는 ‘BT 파우더’ 사업에 진출했으며 올해 LCD 패널용 프리즘필름 시장에 새로 뛰어들었다. 김강미 웅진케미칼 팀장은 “화학·화섬 산업의 경우 공통적으로 석유를 취급하면서 실과 직물, 필름, 기타 화학 원료를 뽑아내던 기술적 배경이 있었다”면서 “특히 IT 소재 시장은 워낙 규모가 큰데다 비교적 쉽게 진출할 수 있는 신규 사업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추세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