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저작권과 문화콘텐츠 산업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tjkim@ncsoft.net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인 미국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07년 세계 저작권 산업 총매출이 1조5955억달러(약 1595조5000억원)였고 2012년에는 2조1996억달러(약 2199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저작권 시장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이러한 거대 저작권 시장을 이뤄낸 중심 산업이 바로 문화다. 문화산업은 음악, 영화, 출판, 게임과 같은 문화콘텐츠가 다양한 사업 분야로 확장되고 전 세계적으로 소비되면서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흥행을 기록한 해리포터 시리즈는 1997년 출판된 이래 2006년까지 308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금액은 같은 기간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총액인 231조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또 해리포터 작가인 조앤 롤링이 벌어들인 한 해 저작권료는 10억달러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이 한 해 배당금으로 받는 액수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역대 흥행 1위 영화인 타이타닉의 총수익은 2조3822억원으로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 총액인 2조6700억원과 맞먹는 금액이다. 미국, 일본 그리고 유럽의 선진국들이 저작권에 주력하는 이유는 문화콘텐츠산업의 놀라운 성장과 수익 창출에도 불구하고 저작권 보호의 대응 부족으로 상당한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 보호에 가장 앞서 있다는 미국도 불법 복제물 유통으로 인한 추정 손실액이 전체 저작권 수입의 30%를 넘어서고 있을 정도로 그 손실 규모가 크다. 우리나라는 더 심각해 2006년 기준 국내 콘텐츠 시장 규모가 4조3955억원인데 불법 콘텐츠 시장 규모가 합법적 콘텐츠 시장과 거의 맞먹을 정도다.

최근 한국정보통신연구진흥원이 발표한 ‘미국의 저작권물 사용과 이로 인한 파급효과’ 보고서 내용을 보면 저작권물을 공정하게 사용함으로써 11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으며, 노동자 1인당 평균 급여는 4년 만에 5만4000달러에서 6만9000달러로 크게 성장했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저작권물을 정당하게 사용함으로써 일어난 미국 시장의 매출이 2002년에 비해 31% 증가한 4조5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6분의 1이며 미국 경제 성장 기여도는 18%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저작물의 공정한 사용에 의해 1100만개의 고용이 창출됐으며 미국 노동자 8명 중 1명이 이에 의한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식이 곧 산업이 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 ‘지식’에 대한 권리 중 하나인 저작권은 시장을 만들고 고용을 창출하는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영화 ‘반지의 제왕’이 한창 인기를 누릴 때 촬영지인 뉴질랜드에는 ‘프로도 경제(frodo economy)’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프로도는 영화 속 주인공의 이름으로 ‘반지의 제왕’이 뉴질랜드 경제에 미친 파급효과를 지칭하는 단어다. 실제로 뉴질랜드는 ‘반지의제왕’ 영화 촬영과 그에 따른 관광객 증가로 신규고용만 2만여명이 증가했다. 창의와 감성을 재료로 하는 문화 콘텐츠 산업의 위력을 일깨워주는 사례다. 최근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우리나라 경제도 침체돼 있다. 전 세계인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 창출 노력과 저작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더없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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