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코스에도 궁합이라는 게 있다. 예를 들어 이천에 있는 아리지 골프코스는 페어웨이가 좁고, 그린이 까다로워서 스코어가 잘 나오지 않기로 유명한 곳이지만 나는 그곳에서 라운딩을 하면 항상 핸디캡보다 서너 스트로크는 덜 나온다. 반면에 남들은 다 쉽다고 하는 편안한 코스에서의 내 스코어는 좋은 편이 아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원인은 본인의 장단점이 명확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아리지 골프코스는 페어웨이가 좁고, 그린이 까다로운 대신 길이가 짧은 편이라서 나처럼 드라이브 샷이 똑바로는 가되 거리가 짧은 (약 200m를 보낸다) 골퍼는 편안하게 스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또, 나는 퍼팅에서 강점을 보이기 때문에 어려운 그린에서도 큰 무리 없이 투 퍼트로 막아낼 수 있다. 그러나 드라이브 샷 거리는 많이 나가지만 방향성에서 문제가 있는 골퍼는 아리지에서 좋은 스코어를 만들어낼 수 없다.
나인브리지도 마찬가지다. 그곳은 페어웨이가 적당히 넓지만 양잔디로 돼 있어서 아이언 샷에서 많은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 양잔디에 익숙하지 않은 골퍼는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린도 무척 어렵다. 그린 스피드가 무척 빠를 뿐만 아니라 브레이크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 보니 좋은 스코어를 만들어 낼 수 없게 된다.
반면에 다른 골퍼들은 편안하다고 하는 레이크사이드 남코스같이 길이가 긴 코스에서는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기 어렵다. 제 아무리 용을 써서 드라이브 샷을 날려도 남은 거리가 180m다 보니 세컨드 샷을 페어웨이 우드로 때려야 하는데 이게 생각처럼 똑바로 날아가지 않는다. 게다가 레이크사이드는 그린도 평범해서 내 장기를 살릴 기회조차 없다. 밤낮 80대 후반 스코어를 기록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라운딩을 할 때, 숙적을 제압하려면 자기와 궁합이 맞는 코스를 선택해야 한다. 나는 아리지처럼 페어웨이가 좁은 골프코스, 아시아나처럼 그린이 어려운 코스, 아니면 영종도 스카이72처럼 페어웨이가 양잔디로 돼 있는 코스를 두고, 라이벌의 약점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결전장을 선택한다. 만약 라이벌이 드라이브 거리는 많이 나지만 방향성에 문제가 있다면 생각할 것도 없이 아리지를 고른다. 라이벌이 숏게임과 퍼팅에 문제가 있는 골퍼라면 볼 것도 없다. 아시아나 CC가 최선의 선택이 된다. 아무래도 아이언 샷이 흔들리는 라이벌과의 대결이 예정되어 있다면 스카이72가 최선의 결전장이 될 것이다.
라운딩이 끝나고, 오늘은 왜 이렇게 공이 맞지 않을까 고민하면서 연습장으로 직행하는 골퍼라면 스코어가 나쁘게 나온 골프코스와 나와의 궁합을 생각해 보시라. 대부분 나쁜 스코어는 내 스윙이 아니라 궁합 때문이다.
많이 본 뉴스
-
1
'아이폰 중 가장 얇은' 아이폰17 에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사항은?
-
2
코웨이, 10년만에 음식물처리기 시장 재진입 '시동'
-
3
'주사율 한계 돌파' 삼성D, 세계 첫 500Hz 패널 개발
-
4
현대차, 차세대 아이오닉5에 구글맵 첫 탑재
-
5
나무가, 비전 센싱 기반 신사업 강화…“2027년 매출 6000억 이상”
-
6
속보이재명, '위증교사 1심' 무죄
-
7
서울시, '한강버스' 2척 첫 진수…해상시험 등 거쳐 12월 한강 인도
-
8
이재명, 위증교사 1심 재판서 무죄
-
9
'각형 배터리' 수요 급증…이노메트리, 특화 검사로 공략
-
10
재생에너지 키운다더니…지자체간 태양광 점용료 4배 차이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