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미국은 변화를 택했다. 4일(현지시각) 실시된 미 대통령 선거에서 변화를 앞세운 버락 오바마가 제44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미국은 건국 232년 만에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을 맞게 됐다. 이로써 대통령과 상·하원을 모두 민주당이 지배하는 진보의 시대가 열리게 됐으며, 부시 행정부가 지난 8년간 구축해 놓은 기존의 경제·외교 틀도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국제 질서 역시 세계 최강 미국의 선장이 바뀜에 따라 새로운 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우선 오바마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그동안 개정이 필요하다고 계속 지적한 점을 감안하면 양국 간 연내 비준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한미 FTA 타결이 한시라도 급한 우리로서는 이제 추가 협상을 준비해야 하게 됐다. 무엇보다 오바마와 민주당이 보호무역 기조가 강한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 같은 우리의 주력 대미 수출품이 영향받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책이 요구된다.
이미 미 정부는 삼성전자·하이닉스 같은 우리 반도체업체에 상계관세를 물린 전력이 있다. 향후 우리의 주력 전자제품이 반덤핑 문제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되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오바마가 자동차 노조를 주요 지지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자동차 수출은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 10월 미 자동차 판매가 25년 만에 최악을 보인 데서 알 수 있듯 미국 경제는 현재 엉망이다. 생산과 창업은 물론이고 신규 수출 주문 같은 제조업의 거의 모든 부문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미국 경기 침체를 보여주는 제조업 업황 지수도 지난달 26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이런 상황이니 고용 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 보호에 오바마가 애착을 보이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오바마가 녹색성장과 에너지를 강조하고 있어 대처 여부에 따라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에너지 정책을 통해 새로운 친환경적 일자리 50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 그는 환경과 에너지 투자에 열의를 갖고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 어젠다로 내세우고 있는 우리에게는 이것이 새로운 시장 창출의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환경 관련 핵심원천 기술이 강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해 한편으론 우려스럽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해 환경 관련 핵심기술 확보에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IT와 적극 접목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과의 관계에서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유화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IT를 비롯해 향후 남북경협 사업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고무적이다. 심지어 오바마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김정일과 직접 만날 의향도 있다고 밝히고 있어 이러한 점은 최근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와 더불어 소규모 수준에 그치고 있는 남북IT경협에 더욱 활력을 갖다 줄 것이다.
이런 기류를 십분 활용해 우리 정부도 남북 IT협력에서 이전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다. 이제 세계 최강 미국의 새 리더십으로 세계는 새로운 질서를 맞게 됐다. 우리도 IT 수출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등 새로운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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