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SW저작권협회가 진행하는 정품이 흐르는 교실 모습. 효과적인 지식재산권 교육을 위해 어린이 전문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초빙해 초등학생도 재미있게 저작권을 공부할 수 있다. 어린이들은 1시간 동안 공연과 영상물 시청, 간단한 퀴즈를 통해 지식재산권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와 생활 속에서 본인과 타인의 지식재산권을 지키는 방법 등을 배우게 된다.
“저작권 보호는 교육이 우선이다. 어릴 때부터 저작권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계몽활동을 하고 있다. 1년에 몇 번 정도 지방에 가서 저작권 강좌를 열기도 하고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만화를 만들기도 한다.
오하시 미호코 문부성 저작권과 기획심의 계장은 일본이 전 세계에서 저작권 침해율이 가장 낮은 비결로 ‘교육’을 들었다. 비결 중의 하나가 아니라 가장 근본적이고 유일한 대책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처럼 저작권 선진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저작권 보호 인식이 강한 영국과 일본 등지에서도 저작권 침해는 여전히 고민거리다. 인터넷 활성화로 인해 누구나 쉽게 SW를 복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아무리 비율이 낮다고 해도 선진국은 시장 규모가 큰만큼 불법복제 규모도 후진국의 배 이상이다.
BSA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PC용 SW불법복제율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7년 복제로 인한 피해 금액은 미국이 804억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중국·러시아·프랑스가 이었으며 저작권 침해율이 가장 낮다는 일본도 규모 면에서는 9위를 기록했다. 이들은 긴 시간 동안 저작권 침해와 전쟁을 치르며 장기적으로 교육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일본의 SW 저작권협회인 ACCS 측은 “단순히 저작권 보호 차원에서 생각한다면 단속도 좋은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저작권자가 인터넷서비스 업체와 협력해서 불법 이용자를 계몽시키는 것이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를 위한 법 제도를 정비했다. 특허법과 유사하게 간접침해 규정도 신설하면서 저작권 침해 수단을 제공하거나 저작권 침해 실연을 위한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 등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었다. 저작권 침해를 돕도록 방조하는 것도 문제라는 것으로, 결국 정비의 핵심은 인식 문제였다.
◇복제는 범죄가 아니라는 인식이 가장 큰 문제=국내에서는 컴퓨터프로그램보호위원회가 국민들의 SW불법복제 인식에 관해 조사했다.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불법복제된 SW를 사용하는 것을 범죄로 여기는 사람은 전체 사용자 가운데 약 2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불법복제 SW를 사용하는 이유의 20%가 주위 사람들도 복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불법복제 SW를 사용하다 단속에 걸리더라도 운이 없거나 억울하다는 주장이 대다수다.
해외에서처럼 국내에서도 이러한 잘못된 인식을 뿌리 뽑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목소리다. 전문가들도 불법복제 SW 사용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것. 하지만 무엇보다 불법복제 SW를 사용하는 것이 ‘범죄’라는 것을 알리는 일이 매우 어려운 일이고 특히 사용자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일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속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지욱 한국SW저작권협회 부회장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러운 교육을 통해 지식재산권에 대한 올바른 의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취지로 작년부터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해 왔다”며 “당장은 성과를 보기 힘들어도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단속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 때문에 최근 정책 방향을 인식 전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비영리 목적으로 경미하게 저작권을 침해한 청소년 초범이 저작권 교육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하는 ‘저작권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했다. 시범 실시에 이어 내년에는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저작권 침해를 바로잡기 위해 청소년을 전과자로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업로드 시스템을 통해 인식하지도 못한 채 불법복제 SW 확산에 동참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 4월에는 불법복제근절을 위한 단체연합회를 출범시키고 불법복제물을 근절시키기 위한 연예인들의 선언문 낭독과 함께 각 분야별 인식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 계획을 발표했다.
◇저작권 단체도 교육과 인식 개선에 총력=한국SW저작권협회는 지난해부터 서울 지역의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공연 형식의 지식재산권 교육인 ‘정품이 흐르는 교실’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 첫해인 2007년에는 100여곳의 학교가 신청을 하는 등 큰 관심을 받은 바 있으며 올해 역시 10월까지 18개 초등학교 3000여명의 학생에게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 외에도 대학생을 대상으로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SW와 광고를 공모하는 ‘SW저작권보호 아이디어경진대회’를 3년째 개최하고 있으며 세계 저작권의 날에는 SW 정품 사용을 위한 거리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저작권위원회는 ‘찾아가는 저작권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저작권 인식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는 각 시·도 교육청이 운영하는 교사연수나 청소년 지도사 자격연수 과정에 저작권 교육이 반영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신청을 한 단체나 대학 등도 선정해 저작권 맞춤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54차에 걸쳐 9000여명이 교육을 받았다.
소년저작권교실(1318.copyright.or.kr)이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플래시 애니메이션과 만화로 쉽게 저작권 개념을 설명해 놓고 있으며 학교에서 교사들이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저작권 문제 등을 제공하고 있다.
컴퓨터프로그램보호위원회는 ‘쉽게 배우는 SW 지식재산권’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SW 지식재산권 교육지침과 효율적인 SW 관리 요령에 관한 전문지식을 전국 초·중등 선생님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다. 또 찾아가는 SW 지식재산권 특강을 통해 교원 및 공공기관, 기업체 직원을 방문해 SW의 효율적 관리 방법과 불법복제 방지 등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관련 산업 종사자들을 위한 저작권 인식 강화 프로그램도 있다. 저작권위원회가 운영하는 저작권아카데미는 저작권 및 문화산업 관련 업무 종사자들의 실무능력을 배양하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개설된 강좌다. 문화산업을 분야별로 특화해 저작권 환경과 관련 판례 등 실무를 중심으로 종합적으로 논의하고 토론하는 맞춤형 교육이다.
아카데미 과정 중 저작권문화학교는 심화과정으로 저작권 관련단체나 문화 산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저작권 관련 법제와 이론, 국제 협약 등에 대해 학습해 저작권 분야의 실무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상명대학교는 저작권 보호에 관련된 사회적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해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저작권보호학과를 신설하고 2009년 신입생을 받기로 결정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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