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게임,신천지를 열다](2부)②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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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 자타가 공인하는 ‘게임왕국’이다. 닌텐도와 소니로 대표되는 콘솔 게임기 업체뿐 아니라 세가·고나미·남코 등 세계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게임 업체들이 몰려 있다. 특히 일본은 콘솔게임이나 아케이드 게임이 강하다. 따라서 이를 활용한 기능성게임이 매우 발달해 있다. 여기에 최근 온라인게임을 교육 분야에 접목하려는 시도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닌텐도 성공으로 기능성게임 붐=일본의 기능성 게임은 닌텐도DS의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다. 닌텐도는 ‘매일매일 DS 두뇌 트레이닝’ 시리즈의 성공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기능성게임을 직접 개발하거나 퍼블리싱하고 있다.

 또 ‘실전 DS 영어삼매경’ 등의 인기 타이틀부터 자동차 운전교육용 시뮬레이션 게임, 광고용 게임(Advergames)들과 어린이 사고 예방 학습 게임들을 내놓고 있다.

 닌텐도는 기존에 게임을 하지 않았던 40·50대들이 게임을 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을 뿐만 아니라 게임의 긍정적인 측면도 강조할 수 있는 기능성 게임의 성공은 세계적으로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사장은 “우리는 게임 마니아 층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더 다양한 분야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다른 대형 게임개발사가 기능성 게임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예로 남코는 노인들을 위한 아케이드 기반의 재활 게임을 위해 와세다대학과 산·학협력을 진행 중이다.

 닌텐도의 성공을 모방하기 위해 다이어트나 여성의 미를 유지하는 뷰티 케어, 안면 운동, 정원 가꾸기, 요리 배우기 등 다양한 기능성게임이 나왔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이러한 아류작은 모방에 급급해 전문 연구소 및 대학 연구기관과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게임의 효능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양한 기능성게임 조직이 활동=일본 기능성게임의 힘은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쳐 다양한 조직을 운영한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기능성게임 커뮤니티로 유명한 ‘시리어스게임 재팬’은 미국의 ‘시리어스게임 이니셔티브’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일종의 분회다. 공공정책, 건강 게임, 게임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응하는 게임이나 게임기술과 그 활용을 목표로 한 커뮤니티다.

 일본디지털콘텐츠협회도 기능성게임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 협회는 ‘시리어스 게임(게임을 활용한 교육용 툴)의 현상조사’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에서 기능성게임을 ‘사회에 도움에 되는 게임’이라고 규정하면서 국방, 의료, 공공기관을 비롯해 인재양성, 환경문제,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돼 온 시리어스 게임의 조사·분석 결과와 세계 각국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기능성게임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기업인 시리어스게임랩은 광고용 게임에 주력하고 있는데, 최근 산토리 우롱차 광고용 게임, 어린이 금융교육 게임 등을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대학의 힘도 크다. 오사카전기통신대학에서는 영어·물리·역학 등의 수업에 실제 닌텐도DS를 도입하는 등 교육에 게임을 접목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명문 도쿄대학에서는 온라인게임을 이용한 고등학교 역사 수업 프로그램을 진행,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확대되는 일본 기능성게임=일본에서는 기능성게임이 새로운 분야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젊은이들의 직업 선택을 지원하는 웹기반 게임인 ‘라이프 시뮬레이션 인생극장’이나 재무장관이 돼 정부 예산편성의 중요성을 체험하는 ‘예산편성게임’ 등이 그 사례다. 국제 긴급 원조 난민을 구하는 ‘국제긴급원조대 의료팀 파견 시뮬레이션 게임’과 ‘주식 매매 시뮬레이션 게임’ ‘그림 없는 서라운드 음악게임’ 등 창의적이고 다양한 기능성 게임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처럼 일본 기능성게임의 성공은 게임 본연의 가치인 ‘재미’ 요소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일본 기능성게임은 게임 문외한이라도 흥미를 갖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며 “기능적 요소에만 치중하면 대중적 보급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본 기능성게임의 특징은 벤치마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능성 게임에 대한 출판도 줄을 잇고 있다. 마크 프렌스키가 출간한 ‘Don’t Bother me Mom, I’m Learning’이 TV게임 교육편이라는 책으로 번역 발간되기도 했고, ‘시리어스게임:교육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게임’이란 책이 일본어로 발간되기도 했다.

 학계의 활동도 활발해 DiGRA(Digital Games Research Association) 재팬에서는 건강 검정으로 보는 일본의 기능성 게임을 발표했고, 일본 국제 게임콘퍼런스인 CEDEC에서도 기능성 게임 세션이 개최됐다.

◆ 교육과 만난 온라인 게임

 콘솔게임 종주국 일본에서도 최근 온라인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능성게임에 관심을 갖는 전문가들은 온라인게임을 이용해 교육 분야에서 순기능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바 아키라 도쿄대학 교수가 그 대표적 인물이다. 바바 교수는 지난 2005년부터 ‘온라인게임의 교육 목적을 위한 연구’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오는 2010년까지 계속되는 장기 프로젝트다. ‘대항해시대’라는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을 이용, 고등학생의 역사 수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내용으로 한다.

 단순히 학업 성취도뿐 아니라 심리학이나 사회학, 교육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온라인게임과 학업의 상관관계를 풀어내는 시도로 세계 기능성게임 관계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2006년 7월 실시된 1차 시험은 291명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대항해시대를 이용해 일본사와 세계사 수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온라인게임을 자유롭게 즐기면서 수업을 진행한 그룹이 교과서로만 수업한 그룹에 비해 현저하게 역사 교육에 대한 의욕이 높아진다는 결론이 나왔다.

 2007년 1월과 7월에 실시한 2차와 3차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나나베 노부시게 도쿄대학 연구원은 “온라인게임이 역사 교육에 동기부여를 한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과제에 대한 의욕도 높아졌다”며 “이는 게임의 즐거움이 교육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가설을 증명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나나베 연구원은 또 “이제는 최선의 교육 효과를 낼 수 있는 게임 개발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일선 학교의 커리큘럼도 이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며 “기능성게임이라는 관점에서 온라인게임을 평가하는 방법론도 개발돼야 한다”고 향후 과제를 밝혔다.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위정현 중앙대 교수가 최근 수원 청명고등학교에서 온라인게임을 이용한 영어수업을 실시한 학생들의 어휘력 및 의사소통 능력과 읽기 능력 등이 일반 교과서로만 수업을 진행한 학생들에 비해 월등히 높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바바 교수와 위 교수는 온라인게임의 기능성게임 가능성 연구를 함께 진행하고 있으며 2007년에는 한국에서 이와 관련한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이러한 시도는 앞으로 기능성게임 분야의 한일 협력이라는 성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장동준기자 d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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