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9일 기업은행에 대한 1조원 현물출자, 300억달러 유동성 공급, 1000억달러 규모의 은행 대외채무 지급보증 등을 골자로 하는 금융위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 은행간 차입에 대한 정부보증을 시행함에 따라 우리 은행들이 해외자금 조달시 반사적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려는 조치로 분석했다. 국내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돼 조기에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기업은행에 1조원 현물출자해 중소기업 자금지원=정부는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를 위해 현물출자로 기업은행에 1조원의 자본금을 확충하기로 했다. 정부는 기업은행이 1조원의 자본을 확충함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 여력이 12조원 상당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에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신·기보 등 보증을 통해 중소기업을 지원해온 효과들이 지금 나타나고 있고, 회생가능한 중소기업을 집중 지원하는 ‘패스트 트랙’도 곧 시행한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지난 8, 9월에 비해 정부지원이 있은 10월 중에는 중소기업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자금난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업계는 이번 정부 대책을 환영하면서도 은행을 통한 중소기업 지원 방식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환율 피해 등으로 정작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에 혜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남기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원은 정부 대책과 관련 “중소기업의 유동성 부족 문제에 대한 부분은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환율 등으로 실질적인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은 여전히 혜택을 잘 받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기보의 재원확충 필요성도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방안을 통해 신·기보의 보증한도를 늘려 보증기관이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신·기보의 재원 확충에 정부가 신경을 써야 한다”고 건의했다.
◇300억달러 추가 유동성 공급, 1000억달러 은행 대외외채 지급보증=정부는 300억달러의 외화유동성을 은행권에 추가 공급하고, 은행권 대외채무도 1000억달러 규모로 지급보증한다. 직·간접적으로 유동성 공급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다.
한국은행은 금융시장에 환매조건부채권(RP)매입, 국채 직매입 및 통안증권 중도상환 등을 통해 필요한 긴급 원화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할 예정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국내 금융시장에 원화유동성이 지나치게 긴축돼 돈이 돌지 않는다면 충분한 역할을 다하겠다”며 원화 유동성 공급에 한은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은행 대외채무에 대해 지급보증을 결정한 것은 다른 나라들의 강력한 시장조치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자국 은행에 대한 지급보증을 결정함에 따라 국내 은행들이 외화자금 조달시장에서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호주가 자국은행에 지급보증을 결정하면서 신용디폴트스왑(CDS)이 한국보다 낮아졌다”면서 “국제정책 공조시장에서 우리 정부가 시간을 끌면 우리 은행이 차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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