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릴 수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에디슨이 발명한 백열전구 120년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국 GE, 독일의 오스람 등 세계적인 업체들이 마음대로 형상을 변화시킬 수도 있고 장식에도 이용할 수 있는 OLED 조명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것. 특히 오스람은 ‘빛의 시인’이라 평가받는 조명 디자이너 잉고 마우러를 내세워 최초의 상업용 OLED 전구를 개발, 앞으로 2개월 내 공급할 예정이며 GE는 2010년 상업용 제품을 첫 출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조명= OLED는 기존 조명의 개념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거대 빌딩 벽면 혹은 마루 바닥 자체가 조명이 된다. 시트(sheet)에 각종 발광 물질을 코팅하는 방식으로 만든 OLED 패널을 붙이고 전류를 흐르게 하면 스스로 빛을 발한다. 우리가 생활하는 사물 대부분이 빛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것이 GE의 설명이다. 이 회사 연구소는 OLED를 내장한 창 블라인드도 구상 중이다. 블라인드를 내리면 빛을 발하고, 걷어올리면 꺼지도록 하는 것이다. 구부러지는(flexible) 물질을 활용한다면, OLED 벽지도 얼마든지 탄생할 수 있다. 잉고 마우러 디자이너는 “OLED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초기 시장은 ‘럭셔리 시장’= 100년 넘게 인류의 밤을 밝혀 온 백열등의 문제점은 직접 보기에 너무 밝다는 것이다. 전구에 갓을 덧씌우거나 반사 조명을 활용해야 한다. 반면, OLED 조명은 은은하고 자연스러워 ‘미학적’가치가 높다는 설명이다. 전구와 아트의 결합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라 나온다. 그러나, OLED 조명은 가격이 여전히 너무 비싸다. 소니의 11인치 OLED TV 모델이 2500달러다. 최근 OLED 조명을 내놓은 오스람도 가격을 밝히지 않았지만, 제품을 고가의 명품으로 판매할 계획이라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실용성을 따지는 소비자보다는 호기심 많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25개 한정된 수량만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2010년 OLED 상업용 제품을 내놓겠다는 GE 역시 초기 공략 대상을 일반 가정이 아닌 카지노와 고급 레스토랑 등 틈새 수요처로 보고 있다. 아닐 더갈 GE OLED 리서치 팀장은 “가능한 한 가격을 낮추기 위해 힘쓰고 있지만, 형광등과의 본격적인 경쟁은 2011년 이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5엔 59억달러로 급성장”= 고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GE의 OLED 시장 전망은 매우 밝다. 이 회사 측은 2015년까지 59억달러(약 7조3000억원)의 OLED 조명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전망은 최근 국내 시장조사 기관 유비산업리서치의 전망치보다 2배이상 크다. 유비산업리서치는내년부터 OLED 시장이 본격 열려 1300억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2011년 2300억원, 2014년 1조3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AP는 OLED 조명을 개발 중인 GE 뉴욕 연구소 르포 기사에서 “대부분 가정에서 쓰고 있는 백열 전구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릴 제품을 연구하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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