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계, 한국판 ’HP’ 모델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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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9년 스탠퍼드대에서 만난 윌리암 휴렛과 데이비드 패커드는 친구이자 동업자로서 세계적인 IT기업 HP를 일으켰다. 휴렛의 뛰어난 기술개발력과 패커드의 천재적인 경영능력은 절묘한 조합으로 막강한 ‘더블 포스트’체제를 구축, HP신화를 일구는 데 성공했다.#

우리 부품업계에도 HP처럼 친구끼리 힘을 모아 승승장구하는 실력파 회사들이 많다. 발빠른 의사결정과 효과적인 역할분담은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일사분란한 회사 경영을 가능하게 한다. 수십년지기 친구이기에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알 정도이며 누구보다 신뢰할 수 있는 사업파트너이기도 하다. ‘더블 포스트’체제는 실적으로 연결돼 고공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팹리스업체 텔레칩스(대표 서민호)는 지난 1999년 서민호 사장과 이장규 부사장이 의기투합해 회사를 창업했다. 20년전 삼성전자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1993년 1세대 팹리스기업인 씨앤에스테크놀로지에서도 함께 근무했다. 이 인연으로 텔레칩스를 위해 동업자가 됐다. 서민호 사장은 경영을, 이장규 부사장은 영업을 총괄하면서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지분율도 각각 17.56%를 공평하게 보유했다. 텔레칩스는 지난 상반기 456억원의 매출로 전년 동기 대비 27% 성장, 올해 사상 최고 실적달성을 향해 달린다. 서민호 텔레칩스 사장은 “(이장규 부사장과) 20년 정도 알고 지내다보니 거의 생각이 같고, 일에 대응하는 방식도 비슷할 정도”라면서 “회사에 중대한 업무가 아니면 각자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수동부품업체 성호전자(대표 박현남·박환우)에는 중학교 친구지간인 박현남 회장과 박환우 사장이 포진해있다. 박 회장은 주로 중국 현지에 상주하면서 투자결정이나 제조·생산 등에 관여한다. 박 사장은 전문경영인으로서 기획·관리 등을 담당한다. 수십년간 콘덴서업계에 몸담아온 박현남 회장의 사업노하우와 수출입은행에서 20년간 근무하며 전문경영인의 자질을 키운 박 사장의 절묘한 조화는 업계에서 부러움의 대상이다. 성호전자는 상반기에 341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51%의 놀라운 성장률을 보였다.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업체인 비에이치(대표 김재창)를 이끄는 주역들은 25년전 한 회사의 입사동기였던 이경환 회장과 김재창 사장이다. 두 사람은 커넥터회사인 몰렉스 한국지사에 지난 1983년 나란히 입사했다. 이경환 회장의 경우 외부투자나 신규사업, 해외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김재창 사장은 실질적인 안살림을 꾸려나간다. 김재창 비에이치 사장은 “서로 어떤 부분이 뛰어나고 보완해야할지 잘 알고 있다”면서 “형제보다 가까운 사이”라고 말했다. 비에이치는 상반기 323억원을 벌어들여, 전년 동기 대비 34% 신장했다.  

설성인기자 sise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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