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데이터센터 업계는 지식서비스용 전기요금제 적용이라는 10년 숙원을 이뤘다. 1999년 처음으로 상용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이후 IT산업 발전을 지원하는 핵심 인프라였음에도 산업용에 비해 최고 24%가량 비싼 일반 전기요금을 적용받던 ‘설움’을 벗은 것.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업계는 이번 조치가 단순히 110억원(2007년, 47개 센터 기준)에 이르는 비용 절감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거 닷컴 열풍을 등에 업고 양적 성장을 일궜던 데이터센터가 진정한 IT서비스산업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한국을 찾은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e베이의 폴 스트롱 부사장은 “e베이의 빠른 성장은 차세대 데이터센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센터가 단순히 IT 설비를 모아놓은 집적시설이 아니라 기업의 비즈니스를 발전시킬 수 있는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국내 데이터센터는 그저 ‘상면’으로 불리는 서버 설치공간을 임대한다는 이유로 ‘정보통신시설 임대 사업자’ 정도로 불려왔다. 마땅한 주무부처가 없다 보니 통신회선, 전력, IT서비스 등 이슈마다 매번 다른 곳을 찾아 문의해야 했다.
그렇기에 이번 전기요금 인하 조치로 데이터센터의 명확한 산업적 정의와 정부 차원의 지원 체계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전기요금 인하 적용 대상을 구분하려면 분류 기준이 필요하고, 이는 자연스레 비공식적으로만 존재하던 데이터센터의 정의를 명확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지식경제부를 중심으로 IDC협의회, 데이터센터장협의회 등 유관 단체가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기존 정보통신 집적시설 인증 기준이 기본안으로 제기된 가운데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이에 포함되지 않는 대기업 또는 금융사의 자체 데이터센터 편입 여부 등을 결정지을 예정이다.
우호적인 환경변화에 맞춰 때마침 IT업계의 데이터센터 사업 강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KT가 지난 5월 국내 최대 규모의 목동ICC를 신축한 데 이어 SK브로드밴드, 온세텔레콤 등이 신축을 준비 중이다. CJ·동부그룹도 계열 IT서비스업체를 중심으로 그룹 차원의 데이터센터 건립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국적업체도 국내 시장에 진입했다. 지난 4월 한국후지쯔가 재임대 사업모델로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한국IBM도 교보생명과 함께 내년 말까지 인천 송도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한국IBM은 이를 국내 IT 아웃소싱서비스의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일본 2대 통신사업자 KDDI도가 내년 초 KDDI 한국법인과 자회사 프리즘커뮤니케이션스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국내 데이터센터 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덩치만 키우는 것은 아니다. 더욱 적은 IT 자원으로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틸리티 서비스 도입 움직임도 활발하다. KT, LG CNS, 삼성SDS 등이 하드웨어(HW) 단위가 아니라 실제로 IT 자원을 사용한 만큼만 요금을 부과하는 데이터종량제를 도입했다.
박경석 IDC협의회장은 “단순히 전기요금 인하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이를 계기로 설비 재투자를 통한 서비스 품질 향상과 함께 핵심 인프라 산업으로의 발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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