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쁘게 돌아간 `美 구제금융안 부결 쇼프`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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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 딜러들의 신경이 날카로워 인터뷰가 안 됩니다. 이해해 주십시오.”(외환은행 홍보실 오전 10:00)

 “이제 안정을 찾았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쇼크가 더 이어질지 알 수 없다.”(국민은행 노상철 외환딜링팀장 오후 1:30)

 “유동성 위기는 돈이 없어서 일어난 게 아니라 투자자들의 센티멘트의 문제다.”(국민은행 차종열 국제금융팀장 오후 3:00)

 30일 미국 하원에서 구제금융안이 부결됐다는 소식에 국내 금융시장은 오전 한때 패닉 상태였다. 특히 외환시장은 개장 직후 심리적 지지선인 1200원대가 무너지면서 외환투자자들은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망연자실하다가 오후 들어 환율이 내림세를 보이자 차츰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시장참가자들은 앞으로가 더 문제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흥재 외환선물 본부장은 “이날 정부가 심리적 지지선인 1200원 선을 그냥 지켜만 보면서 현물시장에 개입할지 갈팡질팡했다”며 “앞으로 또 다른 쇼크가 온다면 어쩔지 난감하다”고 밝혔다.

 월말을 맞아 외화 수요가 늘어나면서 외화 차입을 담당하는 은행의 국제금융팀도 어려움을 겪었다.

 차종열 국민은행 국제금융팀장은 “오늘 하루 외화 조달을 위해 이곳저곳 전화를 돌리는 게 일이었다”며 “금융위기가 어디로 튈지 몰라 기업들이 달러를 쥐고 안 풀어 유동성 확보가 앞으로도 시급한 과제”라고 토로했다. 차 팀장은 “외환위기 때도 우리나라에 달러가 없어 생긴 게 아니라 돈을 쥐고 풀지 않아 그런 일이 있었다”며 자칫 외환위기 사태까지 번지지 않을지 우려했다.

 주식시장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기는 마찬가지다.

 부유층이 모여 사는 서울 강남지역도 서둘러 주식 매도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나타나는 등 크게 동요하는 모습이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음을 짐작하게 했다.

 이기태 한화증권 겔러리아PB 지점장은 “미국의 금융위기로 투자방향을 종잡을 수 없어 직접 투자하는 사람들이 장 시작 후 상당수 주식을 내다팔았다”고 말했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낙폭이 줄어 코스피지수가 1400선을 회복하자 다소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강재순 대신증권 서초지점 차장은 “그나마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로 변동성이 커진 탓에 고객들도 내성이 생겨 일희일비하는 것이 줄었다”며 “다만 미국 금융시장 불안이 국내 실물자산에까지 영향을 주면 펀드런이 일어나지 않을까”우려했다.

 기업도 전 세계적인 유동성 경색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어서 시장에 대한 걱정이 만만치 않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지역도 공적자금 투입이 확대될 여지가 높아져 글로벌 자금의 현금 선호로 국내 외한시장도 외화차입이 어려워지고 이것이 실물경기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코스닥기업인은 “우리같이 수출입에 의존하는 기업은 환차손에 대미수출 주문 감소 그리고 원자재 구입을 위한 외화자금 조달이 어려워질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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