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 여러분, 오늘부터 주차장에 승용차 홀짝제를 시행합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한 조치니 많은 협조 바랍니다.”
유가 급등이 이어지자 대부분의 공공기관과 기업은 에너지 절약 운동을 펼친다. 승용차 홀짝제를 잇따라 시행하고, 점심시간 소등과 컴퓨터·에어컨 전원 끄기 및 이면지 적극 활용하기 등에 나섰다. 반팔 와이셔츠를 입거나, 넥타이를 매지 않도록 권장하기도 한다.
이 같은 에너지 절약 운동을 생활화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일단 전력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대책을 찾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중요하다. 특히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임으로써 전 지구적 재앙이 될 수 있는 지구온난화를 막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정보기술(IT)업계는 친환경적인 IT를 그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린IT가 에너지 효율을 높여 환경을 보전하고 고수익을 올리는 발판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 2년 전만 해도 이런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기업이 많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대부분 고개를 끄덕인다.
◇그린IT만이 살길…기업들 에너지 효율 높이기 분주=정부는 이미 수년 전부터 냉장고·에어컨·조명기기·자동차 등 주요 에너지 다소비 4개 품목에 정부가 보증하는 에너지 효율 등급을 의무적으로 부착해 판매하도록 하는 ‘에너지 효율 등급 표시제’와 같은 정책을 펴왔다. 유럽연합(EU)은 2020년까지 에너지 소비 20%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달부터 EU 지역에 수출되는 제품은 ‘친환경설계지침준수(EuP)’를 인증받아 마크를 부착해야 한다.
전자·정보통신 업계도 이러한 규제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이런 규제가 없더라도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연료전지를 개발하거나 채택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시장 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올해 기업에 충격을 줄 10대 기술의 하나로 ‘그린IT’를 선정했다. 시장조사업체 IDC도 올해 주요 IT트렌드로 ‘환경에 대한 관심’을 꼽았다.
그린IT의 필요성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가 인터넷데이터센터(IDC)다. 운영비의 50% 이상이 전기료라서 그렇다. IDC 운영 업체는 서버나 스토리지 등 주요 시스템을 소비전력이 낮은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을 적극 고려 중이다.
지난해 4월 AMD·IBM·HP·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주요 반도체 및 시스템 업체는 ‘그린 그리드 얼라이언스(Green Grid Alliance)’라는 연합체를 발족했다. 교육·서버 전력측정 표준 구축·제품설계 변경 등으로 IDC의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한 모임이다.
가전 업체에도 그린IT는 초미의 관심사다. 올 초 열린 가전제품 전시회 ‘CES 2008’에서 적잖은 참가기업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제품들을 선보였다. 일본의 후지쯔는 옥수수 녹말을 원료로 만든 재생 플라스틱을 외장재로 사용한 일명 ‘옥수수 노트북PC’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배터리 업체인 Z파워는 전기용량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20∼30% 많은 은아연 배터리를 내놨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친환경적인 반도체 초미세공정 도입을 앞장서 이끈다. 기존 LCD와 PDP보다 전력 효율이 높은 OLED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풍력·태양광·바이오에너지 개발 분야와 이들 산업에서 파생되는 각종 부품과 장비 및 재료산업도 주목받고 있다.
◇‘그린IT를 IT산업의 새 돌파구로’=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기업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선진 각국이 강력한 환경규제를 실시하고 있어 대비하지 않으면 수출에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
소비자도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고 친환경적인 제품을 선택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과제다. 특히 충전식 배터리를 이용하는 휴대형 전자·정보통신 제품은 오랜 시간 쓸 수 있고 안전하며 친환경적인 배터리를 채택해야만 소비자의 주머니를 열 수 있게 됐다.
그린IT는 단순히 에너지 소비를 줄이거나 에너지 효율을 높인 제품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빌딩 설계와 활용에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미국은 글로벌 에너지 소비량의 24%를 차지하며 이 중 건축물의 소비가 38%에 이른다. 빌딩 건설과 유지를 위해 미국 전체 전기의 65.2%, 주요 에너지 자원의 36%가 소비될 정도다. 이미 4년 전부터 미국의 공공 분야 건축사업 발주는 100% 빌딩정보모델링(BIM)을 통해 이뤄진다. 유럽 각국과 노르웨이도 모든 건설 도면을 BIM으로 한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두바이나 유럽의 세계적인 건축물도 BIM으로 설계, 시공되고 있다.
시스코는 새 건물을 지을 때 설계 단계부터 에너지 효율을 따진다. 비용은 물론이고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게 줄였다. 시스코는 매년 본사 건물 25곳에서 495만㎾의 전력을 절감한다. 연간 1000대의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5000만파운드 이상)와 산화질소(1만4300파운드)를 줄일 수 있게 됐다.
기업은 환경에 대한 고려를 비용 부담으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90년대 말부터 디지털 제품이 전자정보통신 산업에 새 시장을 열었듯 이제 그린IT를 통해 침체한 IT산업에 숨통을 틔워야 할 때다.
정소영기자 syjung@
많이 본 뉴스
-
1
내년 '생성형 AI 검색' 시대 열린다…네이버 'AI 브리핑' 포문
-
2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3
LG이노텍, 고대호 전무 등 임원 6명 인사…“사업 경쟁력 강화”
-
4
AI돌봄로봇 '효돌', 벤처창업혁신조달상품 선정...조달청 벤처나라 입점
-
5
롯데렌탈 “지분 매각 제안받았으나, 결정된 바 없다”
-
6
애플, 'LLM 시리' 선보인다… “이르면 2026년 출시 예정”
-
7
'아이폰 중 가장 얇은' 아이폰17 에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사항은?
-
8
삼성메디슨, 2년 연속 최대 매출 가시화…AI기업 도약 속도
-
9
美 한인갱단, '소녀상 모욕' 소말리 응징 예고...“미국 올 생각 접어”
-
10
국내 SW산업 44조원으로 성장했지만…해외진출 기업은 3%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