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자원 가운데 재활용이 가능한 것을 ‘도시광산(urban mining)’이라고 부른다. 1980년대부터 일본에서 나온 재활용 개념이다. 가전제품 등 도시에서 대량으로 배출되는 폐기물을 추출해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생겨났다. 유용한 자원이 도시에 다수 존재해 이를 하나의 광산으로 표현했다.
일본 독립행정법인인 물질재료연구기구가 지난 1월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도시광산 규모는 세계 최대다. 금 축적량은 약 6800톤에 이른다. 이는 전 세계 매장량의 16%에 육박한다.
은은 약 6만톤으로 세계 매장량의 22%, LCD TV나 태양전지에 사용되는 희소금속인 ‘인듐’은 약 1700톤으로 세계 매장량의 61%가 일본에 있다. 도시광산에서 묻혀 있는 자원의 금속함유 비율은 매우 높다. 금광의 광석 1톤을 채취해 얻는 금은 평균적으로 4g 정도에 머무는 데 비해 휴대폰 1톤에 포함돼 있는 금은 약 280g에 이른다. 이 때문에 광석을 사다가 제련하기보다 재활용 원료를 처리하는 쪽이 더 이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매년 수백만대가 발생하는 폐전자 제품의 재활용을 위해 1992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 제도는 2003년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로 바뀌었다. EPR는 재활용가능 폐기물의 일정량 이상을 재활용하도록 생산자에게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고 재활용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실제로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을 징수하는 제도다. 전자제품 가운데 대상 품목은 TV·세탁기·냉장고·에어컨·PC·오디오·휴대폰·프린터·팩시밀리·복사기 총 10개다.
대기업은 EPR에 앞서 90년대부터 폐전자제품 재활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95년 물류팀에 그린물류팀을 발족해 폐기되는 가전제품 및 포장폐기물을 회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96년에는 가전 3사인 삼성·LG전자·대우일렉트로닉스가 폐가전 제품의 회수와 처리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한국전자산업협회에 공동사업단을 발족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이렇게 폐기물 재활용에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도시광산’이라고 부를 정도로 개발이 활발한 것은 아니다. 특히 희귀금속 재활용이 저조하다. 일본의 도시광산을 벤치마킹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준배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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