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IT기업들 `굴욕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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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정보기술(IT)업체들의 굴욕이 이어지고 있다.

 참담한 실적에 감원과 구조조정, CEO 교체 발표도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정작 세계 경기불황의 진원지로 꼽히는 미국의 IT기업들은 각종 우려 속에서도 1, 2분기 연속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유럽 IT기업의 위기 대응 능력은 미국 기업보다 한 수 아래라느 결론과 함께 경기 한파에 더 취약하다는 평가다.

 ◇ 예고된 CEO 사임과 구조조정 수순 = 30일 프랑스 통신장비업체 알카텔루슨트 회장과 CEO가 6분기 연속 적자에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키로 했다.

 튀뤽 이사회장은 오는 10월1일자로, 루소 CEO는 연내 자리에서 물러난다. 2년 전 무리한 합병과 통신 장비 수요 감소, 경기 여파 등이 모두 악재로 작용한것이 퇴진의 이유이다. 이 회사는 연초 대비 주가가 20%나 내려앉은 상태다.

 유럽 2위 반도체업체 인피니언도 2분기 손실이 확대됐다. 순손실 규모는 5억9200만유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손실 규모 1억9700만달러는 물론 애널리스트의 손실 예상치 2억7300만유로보다도 큰 것이다. 지난 5월 볼프강 지바르트 인피니온 CEO 역시 임기 도중 하차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인피니온은 3000명 이상 인력을 감축할 예정이며 메모리 사업 자회사인 키몬다의 지분도 완전히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무선 장비업체 에릭슨과 휴대폰 제조업체 소니에릭슨의 2분기 순이익이 각각 70%, 97% 급감하는 수모를 겪었다. 에릭슨은 4000명, 소니에릭슨은 2000명 이상 구조조정에 나설 예정이다.

 ◇ 통신주 수익 전망 일제히 하락 = 유럽 기술주 중 시가총액이 큰 종목들은 대부분 통신서비스업체다. 경기 하락은 이동통신서비스업체의 수익에 직격탄을 날렸다. 유럽 2위 통신업체 스페인의 텔레포니카는 순이익이 전년 대비 29%나 줄어든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다.

 29일 주가는 6개월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통신서비스업체 보다폰은 실적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매출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는 내년 3월 마감하는 회계연도 매출 전망치를 당초 예상보다 낮춘 398억∼407파운드에 그칠 것이라고 하향수정했다. 보다폰 실적 악화 전망에 이 회사는 물론 도이치텔레콤, 프랑스텔레콤 등의 주가도 줄줄이 하락했다.

 유럽 IT 대장주 노키아도 흔들리고 있다. 2분기 매출은 2% 늘었으나 순이익은 61%나 줄었다. 제품의 평균 판매가(ASP)가 125달러에서 117달러로 줄어든데다 구조조정 비용을 대거 투입했기 때문이다.

 ◇ 유럽-미국 IT 대장주 내공의 차이 = 이같은 실적은 미국 IT 기업의 2분기 실적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해진다.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IBM, 구글 등 일제히 향상된 실적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IBM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 25%, 22% 늘었다. 구글 역시 애널리스트들의 기대에는 못미쳤지만 순이익이 35%나 성장했다.

 유럽과 미국 IT 기업의 희비가 엇갈리는 것은 각 업종의 차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위기를 분산하는 능력에서 유럽 기업이 뒤처져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텔과 IBM 등은 “미국 내수 경기 하락을 일찌감치 예상하고 아시아 등 신흥 시장을 공략하고 서비스 등 신규 매출 확대에 박차를 가해 왔기 때문에 경기 하강의 충격이 적었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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