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2일 중국 쓰촨성에서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중국 국영방송 CCTV는 지진 발생 1시간 후부터 24시간 재해방송에 들어갔다. 중국 공산당의 정책 선전을 주업무로 하는 관영 신화통신도 지진 피해상황을 분 단위로 자세히 보도했다. ‘피해는 보도하지 않는다’는 과거 방침과 확연히 다른 태도다. 이 때문에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이번 지진사태에서 보여준 중국 정부의 언론 대응이 2005년 미국 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타리나 재해 때 미국 정부가 보인 것보다 뛰어나다고 평가할 정도다. 중국은 지진 발생 3일 만에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했다. 그토록 오랫동안 외교적 압력과 국제적 비난에도 요지부동으로 문을 굳게 걸어 잠갔던 것과 비교하면 정말 금석지감이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정보공개로 인해 국내 온정의 손길은 물론이고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대적 지원도 받았다. 국가 이미지도 개선했고 유언비어가 나도는 것도 막을 수 있었다. 불과 열흘 전 미얀마 사이클론 대재난 때 미얀마 정부가 정보 폐쇄로 피해를 키웠던 것과 비교된다. 사실 5년 전만 해도 정보공개를 놓고 중국 정부의 태도는 미얀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3년 4월 사스 발생 당시 중국은 사실 자체를 숨겼다가 유언비어가 난무하면서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그러나 이제는 인터넷과 휴대폰 등 정보공개의 물결로 인해 빗장을 걸어 잠그기도 여의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2억2100만명의 네티즌으로 인해 더 이상의 은폐와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점을 중국 지도부도 잘 인식하고 있다. 이번 지진과 사이클론 재난을 보면서 지난 2004년 4월 발생한 북한 용천역 대폭발 사건이 떠올랐다. 만약 그 당시 북한에 어느 정도 정보화가 이뤄져 있었다면, 그래서 사건이 쉬쉬 감춰지지 않고 빨리 알려졌더라면 사건 이후 북한 체제에 어떤 대변혁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북한은 최근 1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연재해 사망자가 발생한 나라다. 올 1월 기준 10년간 자연재해 사망자가 45만8000여명으로 세계 1위다. 이는 국제적십자연맹(IFRC)이 발간한 ‘2007년 세계 자연재해 보고서’ 중 벨기에 루벵대학교 자연재해 역학연구소의 국제재난 통계자료 분석 결과에 따른 것이다. 북한의 사망자 수는 2위인 인도네시아의 사망자 수 18만2000여명의 2.5배에 달하는 수치인데 대부분 가뭄 등에 따른 기아가 원인이었다.
지금도 북한은 국제 곡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1997년 대기아 때보다 심각한 식량난에 처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대북식량지원긴급행동’을 출범시키고 북한에 식량을 보내기 위한 국민 모금을 시작한 기독교사회책임 등 16개 비영리·기독교단체들은 “미국이 50만톤을 제공하는 등 국제기구가 나서도 최소한 100만톤 이상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 같은 사실을 보아도 북한의 정보화는 우리에게 매우 시급한 과제다. 만약 북한에 정보화가 어느 정도 진전돼 있어 대지진을 알린 중국 네티즌처럼 굶주림으로 인한 참상을 내부에서 알릴 수 있다면 북한 지원에 동참하자는 국제 여론의 환기는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다. 언제까지 북한의 기아사태를 외면할 수 없는 것처럼, 북한의 정보화도 모른 척할 일이 아니다. 북한 정보화는 점점 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조류가 돼가고 있다.
ygson@kad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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