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인맥관리 권하는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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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청첩장을 받았다. 한국 사회는 유난히 경조사를 챙기는 것을 중요시한다. 한 달에 적게는 두세 건, 많게는 대여섯 건씩 결혼식이며 장례식, 돌잔치 등 얼굴을 비쳐야 하는 자리가 생기곤 한다.

 청첩장을 받은 후 짧은 고민에 빠졌다. 평소 왕래가 잦지는 않지만 많은 도움을 주고 받는 지인인지라 꼭 참석하고 싶은 자리다. 그런데, 마침 지방에 내가 꼭 내려가야 하는 일이 있었다. 이럴 때는 몸이 두 개였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다. 고민 끝에 경조금만으로 축하의 마음을 대신하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경조금을 보냈다. 지인에게 계좌번호를 직접 물어보기가 쑥스러워 인터넷 서비스를 활용했다. 다행히 축하 메시지를 담은 경조금을 보낼 수 있었다. 이럴 때는 정말 인터넷이 고맙다.

 인터넷의 힘으로 인맥을 관리하는 것이 이제 새삼스럽지만은 않다.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인터넷 도구들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언급했던 e경조금은 상대방의 휴대폰 번호만 알면 간단하게 경조금을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다. 다른 지인의 손을 빌리는 불편함이나 직접 계좌번호를 물어봐야 하는 난처함을 무릅쓰지 않아도 된다. 누구나 겪었을 법한 불편함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서비스로 발전시킨 아이디어가 놀랍다. 이 서비스는 특허 출원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물론 경조사를 인터넷을 통해 경조금만 보낸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좀 무성의한 행동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마땅히 직접 얼굴을 보고 축하의 말이나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하는 것이 도리인데 인터넷으로 마음을 전한다는 것이 어딘지 인간미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편지나 카드 등 축하와 안부를 전하는 대부분의 오프라인 수단이 이미 온라인화돼 버린 세상이다. 상대방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인맥관리의 가장 대표적인 도구인 메신저의 진화는 또 어떤가. 메신저는 사내 커뮤니케이션이나 파일 전송 등 편의적인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물론 메신저의 1차적인 용도는 인맥관리다. 메신저에 등록된 친구목록에는 친구나 가족 등 개인적인 관계보다는 업무상 알게 된 ‘인맥’이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게 마련이다. 전화하기에는 좀 부담스럽지만 가볍게 안부를 묻는 행위는 참 깔끔하면서도 무겁지 않게 인맥을 관리할 수 있는 소통 수단이다. 인터넷으로 소통할 수 있는 메신저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다.

 더구나 오프라인상에서 만나지 않아도 메신저에 연결돼 있다는 것만으로 상대방의 현황을 바로 알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말이다. 메신저로 단문 메시지를 보내고 휴대폰과 연동해 주소록을 PC로 관리하고 인터넷에 저장할 수 있다. 휴대폰을 잃어버려도 휴대폰에 저장된 인맥은 안전하게 PC에 보관할 수 있다. 가끔씩은 메신저를 이용해 지인들과 음악을 공유할 수도 있다. 특히 서로를 챙겨주는 인맥관리는 아주 유용한 서비스다.

 또 깜박 잊고 있었던 지인의 생일을 며칠 전부터 알려주는 인터넷 서비스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한 순간의 여유를 찾아준다. 메일을 쓰면 SMS를 공짜로 제공하는 포털 메일서비스 덕분에 각종 기념일이나 경조일에 여러명에게 한꺼번에 안부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이렇듯 사용하다 보면 저절로 인맥관리가 되는 인터넷 서비스가 즐비하다. 이제는 인맥관리를 위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건지, 인터넷이 인맥관리를 권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그만큼 온라인 네트워크는 일반화됐다. 물론 인터넷 인맥관리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그런데도 인터넷을 멀리하다 보면 지인들의 네트워크에서 소외되는 일이 많아지곤 한다. 인터넷이 인맥관리를 권하는 사회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KTH 권은희 상무 ehkwon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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