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SW코리아, 다시 시작이다](4부)규모의 경제를 키우자①영세한 국내SW산업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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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제조업은 지난 수십년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조선업은 세계 1, 2, 3위 기업이 모두 국내 기업이고 LCD도 매출 기준으로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가 각각 1, 2위를 다툰다. 휴대폰은 올해 들어 삼성전자·LG전자가 각각 매출 기준으로 2, 4위에 랭크돼 있으며 현대자동차는 세계 6위, 포스코는 철강 분야 세계 4위다. 우리나라와 IT산업을 놓고 경쟁하는 대만이 특히 부러워하는 규모의 경제를 갖춘 기업들이다.

 반면에 SW로 눈을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장 조사기관인 IDC의 2007년 7월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기준 100대 패키지 기업에 국내 업체는 전무한 것으로 밝혀졌다. 안철수연구소가 319위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으며 티맥스소프트(370위), 핸디소프트(460위), 한글과컴퓨터(483위) 순이었다. 세계 최대 SW기업인 MS의 SW 매출액 370억달러 대비 안철수연구소의 매출액(4400만달러)은 0.12%에 불과한 실정이다.

 IT서비스 기업의 사정은 조금 나은 편이다.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6년 기준으로 삼성SDS가 52위, LG CNS가 60위, SK C&C가 90위를 기록, 100대 IT서비스 기업에는 3개 국내 기업이 포함됐다. 사실 SW 분야는 미국 기업의 강세가 유난히 두드러지는 산업이다. 100대 SW기업 가운데 82개사가, IT서비스 분야에서는 52개사 미국 기업일 정도다. 제조업 강국인 일본·독일도 세계 100대 SW기업이 각각 4개에 불과하다.

 국내 SW산업의 영세성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더욱 심각하게 다가오는 것은 세계 SW산업이 점차 ‘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으로 산업구조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제조업은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일본이나 유럽의 중소 제조 기업이 기술력으로 무장해 특정 분야에서는 세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SW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더욱 효과를 발휘하는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최근 세계 3위의 SW기업인 오라클은 85억달러를 투입, BEA시스템스를 인수했다. BEA시스템스는 오라클과 미들웨어 시장을 놓고 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왔다. 오라클이 BEA를 인수한 더 큰 목적은 기술력 보완 측면보다도 경쟁사를 인수함으로써 경쟁을 완화시키고 경쟁사의 고객을 자신의 고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전 세계 IT투자가 한 자릿수로 줄어들고 더 이상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지 못하자 M&A를 통한 시장 독점화로써 이익을 더욱 확대하는 구조로 SW산업이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SW업계 간 M&A 열풍으로 거대 기업은 더욱 거대화되고 이를 통해 시장 지배력이 더욱 확대되는 머니 게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오라클은 지난 2005년 이후 최근 3년간 크고 작은 SW 경쟁업체를 인수하는 데 총 350억달러를 투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라클은 수십개의 SW기업을 인수해 OS를 제외한 모든 분야로 진출했다. HP와 IBM 역시 최근 3년간 수백억달러를 투입, SW기업을 인수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M&A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왔던 세계 4위 SW기업인 SAP마저도 지난해 48억유로를 투입, 비즈니스인텔리전스 기업인 비즈니스오브젝트를 인수했다.

 국내 기업이 이처럼 더욱 대형화된 SW기업과 경쟁해서 이기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 됐다. 국내 미들웨어 시장에서 1위를 기록 중인 티맥스소프트는 이전에는 BEA시스템스와 경쟁해야 했지만 이제는 오라클과 맞서야 한다. 싸움의 수준 자체가 달라지는 셈이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사장은 “해외 SW기업 간의 M&A로 인한 대형화는 분명 국내 SW업계에는 위기”라며 “국내 기업도 이제 생존을 위해 다양한 형태로 몸집을 키우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영세한 SW산업 구조도 한 몫

 국내 SW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에 비해 크게 영세한 것은 국내 SW시장 규모가 세계시장의 1% 정도를 차지하는 내수 한계에서 기인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반도체나 조선, 철강 등의 제조업은 협소한 내수 시장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 반면에 SW패키지나 IT서비스 모두 아직까지 해외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여전히 협소한 국내 시장에만 의존하는 산업 구조가 문제인 셈이다.

 SW 산업 구조의 취약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SW진흥원이 내놓은 2007년 SW산업백서에 따르면 지난 2006년 기준 국내에 신고된 SW사업자는 총 7067개사다. 이 가운데 IT서비스 기업이 절반을 약간 넘는 3700여개사였으며 패키지SW기업은 35%인 2400여개사에 이른다. 협소한 시장에서 이렇게 많은 기업이 경쟁하다 보니 1개사당 매출은 형편없다. 국내 패키지 SW기업 가운데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은 117개사로 나타났지만 이 가운데 실제로 SW를 개발해 판매하는 라이선스 업체 수는 20여개사 안팎에 그친다. 400억원 규모에 불과한 x인터넷 분야에서 자체 솔루션으로 경쟁하는 기업만 10여개사에 이르러 과당 경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IT서비스기업 역시 50억원 미만 매출을 올리는 영세 사업자 수가 80%에 이른다. 특히 IT서비스기업은 자산기준 50대 그룹에 43개 IT서비스 자회사가 있는 비정상적인 구조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결국 가장 규모가 큰 대기업 그룹 물량을 자회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에서 IT서비스기업의 덩치는 모회사 크기에 따라 결정되는 셈이다.

 외국계 컨설팅기업의 한 관계자는 “국내 SW패키지기업들은 과당경쟁과 영세성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못하고 있고 IT서비스기업은 구조적인 한계 때문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SW기업은 M&A 등을 통해 덩치를 키워야 하며 IT서비스기업은 그룹 물량을 오픈해 제대로 된 경쟁체제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국내 SW사업자는 현재 추세라면 9000개를 넘을 전망이다. 이제 국내 SW산업도 구조조정을 통해 똘똘하고 규모의 경제를 갖춘 기업들만이 살아남는 적자 생존의 시대로 들어가야 한다.

 ◆덩치가 크면 영업이익도 높다

 SW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 효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IT컨설팅 및 IT서비스 기업인 액센츄어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SW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평균 24%로 나타났지만 1000만달러에서 1억달러 미만의 중견 SW기업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14%로 조사됐다. 10억달러에서 20억달러 미만의 SW기업 영업이익률은 평균 12%, 5억달러에서 10억달러 미만의 SW기업은 평균 16%, 1억달러에서 5억달러 미만의 기업은 평균 9%로 집계됐다. 규모가 커질수록 영업이익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는 SW기업들의 매출이 고객들의 수와 밀접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다수 SW기업의 매출은 라이선스 매출과 유지보수 매출, 그리고 컨설팅, 교육 매출로 구성되는데 고객 수가 많을수록 유지보수 매출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라이선스 매출과 컨설팅은 신규 고객에 따라 매출이 증가하게 된다. 액센츄어 조사에서는 20억달러 이상의 SW기업은 조사 대상 5개사가 모두 흑자를 기록한 데 비해 5억달러 미만의 138개사의 SW기업의 영업이익률은 -50%에서 50%에 이르는 등 편차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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