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62년 독일 오버하우젠 영화제에서 26명의 젊은 영화작가들이 모여 “이제 아버지 세대의 영화는 죽었다. 우리는 새로움을 신봉한다.”라고 도발적으로 선언하며 침체한 독일영화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던 ‘뉴저먼시네마’ 세대의 일원인 알렉산더 클루게의 ‘어제와 이별’이 국내에 상영된다.
프랑스 누벨바그의 영향을 받은 뉴저먼시네마 감독들은 유럽 중산층의 물질중심주의적 가치관과 인간 소외 등을 영화 속에서 고발했다. 특히 예술가이자 교육자, 행동하는 마르크스주의자이자 새로운 매체를 실험하는 모험가로 일컬어지는 알렉산더 클루게 감독은 정부의 영화 정책은 물론 영화 산업 구조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지적이고 이성적으로 영화 형식과 내용을 구축한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 어제와 이별은 클루게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동독에서 탈출한 유태인 아니타 G.는 서독 사회에서 정상적인 삶을 살아보려 하지만 그녀의 모든 노력은 실패로 돌아간다. 동료의 옷을 훔친 죄로 보호감찰 대상이 된 아니타는 감찰관의 헌신적인 도움에도 안정을 찾지 못한다. 모피 코트를 사기 위해 상사의 돈을 빼돌렸던 그녀는 상사와의 불륜이 탄로나자 직장을 그만 두고 대학에 간다. 어렵고 지루한 대학 수업에 질린 아니타는 시의원의 정부가 되지만 임신한 후 버려지고 만다.
한정훈기자 exis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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