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나이키는 애플과 제휴해 ‘나이키 플러스’를 선보였다. 고객은 달리는 동안 음악을 즐기면서 실시간으로 운동 거리·속도·칼로리 소모량 등 기본 정보를 MP3 ‘아이팟’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운동화에 장착된 센서와 몸무게 등 사전 입력된 자료 등을 바탕으로 운동 데이터가 무선으로 아이팟에 전송, 분석되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자신의 운동 효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정보를 개인용 컴퓨터로 옮기거나 그래프를 보면서 운동 기록을 확인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나이키 플러스 인터넷사이트에서 전 세계 사람들과 운동 경쟁까지 할 수 있다. 아디다스도 이에 뒤질세라 특수섬유로 만들어진 운동복 상의에 센서를 부착해 심장박동을 감지할 수 있는 의류 제품을 선보였다. IT와 신발·의류가 만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서비스까지 창출한 사례다.
IT 융합 산업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고 있는 IT산업에다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건설·조선·자동차·의료·국방산업 등을 결합해 각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안을 정부·업계·학계에서 활발하게 모색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빌 게이츠 MS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자동차를 전자 제품화하고, IPTV와 게임산업을 집중 육성해 고용을 창출하는 ‘뉴 IT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뉴 IT전략은 IT 융합 산업 육성과 궤를 같이 한다. 빌 게이츠는 이에 화답하듯이 현대자동차와는 차량 IT 혁신센터를, 한국게임진흥원과는 글로벌게임허브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MS가 한국 기업을 IT 융합 시장을 함께 개척할 파트너로 선택한 셈이다. 지난 2005년 IT·BT·NT 융합기술위원회가 예측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277억달러 규모인 IT·BT·NT 융합 시장 규모는 오는 2015년께에는 1628억달러로 6배 가까이 확대될 것으로 나타났다.
IT·BT·NT 융합 시장만 조사한 자료니만큼 다른 분야로 까지 파급된다면 몇 년 안에 수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유망 시장을 경쟁 국가나 기업이 그냥 지켜볼만 리 없다.
미국은 지난 2002년 국립과학재단과 상무성이 주도해 IT 융합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지난 2005년부터 국립과학재단·에너지부·국방부 등이 연간 1300억달러를 투자, 융합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일본은 미국과 같은 규모의 대규모 투자는 집행하지 않고 있다. IT·NT·소재를 비롯한 대부분의 산업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만큼 일본 융합기술 발전 저해요인으로 꼽히는 수직적인 산·학·연·관 시스템을 수평적으로 재조정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지식경제부는 자동차 등 5대 주력산업과 IT 융합 기술 개발을 위해 올해 신설 자금 760억원을 포함, 총 1500억원을 투자하는 한편 31개 국책 연구 과제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들 분야의 원천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매년 2000억원씩 향후 5년간 1조원의 R&D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IT 융합 산업에서 우리나라의 잠재력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RAND연구소가 지난 2006년 바이오·나노·재료·정보 관련 16개 기술의 국가별 실현능력을 평가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독일·일본·호주 등과 첨단기술 실현능력이 뛰어난 과학선진국으로 분류됐다.
김영일 KT 기술기획담당 상무는 “정부에서 선도적인 IT 융합 프로젝트를 기획해 과감히 추진하면 국내 IT 융합 산업은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며 “IT 융합 인력 양성을 위해 학과 융합도 검토해볼 만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장석권 디지털융합연구원장(한양대 교수)은 “국내 기업들이 IT 융합 분야에서는 잘해왔지만 앞 더 잘하기 위해서는 통신·미디어·엔터테인먼트·IT서비스 분야의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면서도 “이는 결국 IT 자체의 경쟁력을 더 제고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IT 융합 혁명 시대는 한국에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IT융합 선발업체를 가다-KT
국내 대표적인 통신기업인 KT(대표 남중수)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IT기반 융합기술 연구 및 사업화에 투자를 확대해왔다.
이 회사가 가장 먼저 진행한 IT융합 기술 분야는 건설·의료·교육·국방·로봇 분야 등이다. 기술확보를 위해 KAIST(로봇)·포스텍(실감영상)·연세대(USN) 등과 산학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며 삼성종기원과도 워킹그룹을 만들어 협력을 맺어왔다.
KT의 IT융합 투자가 결실을 본 곳은 u시티 분야다. 이 회사는 동탄신도시에 u시티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파주에 u시티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KT는 동탄신도시에 3차원 지리 정보 시스템에 기반해 도시 전체 상황을 한눈에 파악한다.
공공 지역 방범 서비스, 교통정보 제공 서비스, 실시간 교통 신호 제어 서비스, 상수도 누수 관리 서비스, 동탄 포털 서비스의 동탄 5대 공공 서비스를 제공해 보다 쾌적하면서 안전한 도시로 설계했다.
백송훈 KT u시트 프로젝트 그룹 부장은 “향후 제스처를 인식해 사람의 행동을 자동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술까지 개발할 계획”이라며 “이러한 기술이 적용되면 도시의 안전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KT는 이러한 u시티 사업 모델을 중동에서 불고 있는 u시티 구축 붐에 수출하기 위해 전시회 및 바이어 미팅을 확대하고 있다. KT는 로봇분야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KT는 올해 말까지 네트워크의 기반의 ‘몽이’라는 유아학습 보조용 에듀테인먼트 로봇을 개발,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 로봇은 로봇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필요할 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 서비스 기능을 추가 및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가격은 20만원대로 크게 낮췄다. 몽이는 서유기의 원숭이를 캐릭터화한 로봇으로 전자태그 기술을 이용해 양방향 콘텐츠를 제공한다. KT는 향후 로봇을 통해 영상·음성 통화까지 구현할 계획이다.
KT의 또 다른 IT융합 사례는 u헬스 사업이다. KT는 지난 2005년부터 3년간 만성질환자를 위한 생체정보 자동측정 및 건강증진을 위한 시범 서비스를 실시해왔다. 집 안에 설치된 혈당기, 혈압기, 체성분분석기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통신망을 통해 병원에 자료를 전송하고 의료기관은 필요 시 소견 및 전달 내용을 작성해 만성 질환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김영일 기술기획 상무는 “KT는 향후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앞으로도 IT 융합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 선두 업체로 발돋움한다는 게 목표”라며 “IT융합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초기 투자, 실패가 용인되는 분위기, 조기 성공 사례 발굴 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인터뷰/장석권 디지털융합연구원 원장.
장석권 디지털융합연구원장(한양대 교수)은 국내에 몇 안 되는 IT 융합 컨버전스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장 원장은 “IT는 한 사이클이 지나갔으며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할 때”라며 “다음 단계 중의 하나가 IT 컨버전스임은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에서 국내 IT산업이 고용 없는 성장의 주범이라고 비난하지만 뒤집어 보면 고용이 늘지 않으면서도 연간 4∼5%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한 것은 IT 가 기업의 생산성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반론을 제시했다.
장 원장은 IT 융합을 두 가지로 분류한다. 하나는 기업 경영 도구로서의 프로세스(관리)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IT와 다른 산업과의 제품 융합이라고 설명한다.
장 원장은 “프로세스 기술은 다른 산업의 생산성을 확대하고 기업가가 새로운 사업을 쉽게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작용한다”며 “이 분야는 국내 IT 서비스 기업들이 미국 기업에 비해 뒤처져 있는 게 사실”이라고 국내 IT 서비스 기업의 분발을 촉구했다.
특히 국내 프로세스 기술이 발전하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로 통신·IT서비스·미디어·엔터테인먼트의 융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을 꼽았다. 결국 융합 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적 제도를 개선하고 아예 장벽을 허물어버리는 게 해답이라고 장 원장은 보고 있다.
그는 “정부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MVNO)을 전면 도입하고 망 개방 강제화, 통신사업자 소매 금지 등도 추진해야 한다”며 “이러한 규제는 통신사업자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더 나아가 타 산업의 경쟁력까지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IT와 다른 기술의 융합도 주목해야 한다고 그는 주문했다. 그는 “자동차에 네트워크 기능이 부착되면 소유 개념이 점차 서비스 개념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또 IT가 도입된 차량은 더 비싸게 팔 수 있는만큼 국내 자동차 회사는 이제 차량 서비스를 심도 있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컴퓨터 분야에서는 그리드 컴퓨팅을 넘어 네트워크 컴퓨팅 시대가 다시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삼성전자·LG전자 등은 세계 가전 업체 가운데에서도 IT 융합을 선도해온 기업”이라며 “DVD콤보, 프라다폰, TV 달린 냉장고 등 세계적인 히트 제품이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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