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안양천길

 서울은 마음 놓고 걷기엔 불편한 도시다.

 도로에 놓인 신호등과 장애물이 어디론가 끊임없이 향하고픈 발걸음을 붙잡아 두기 때문이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바람과 햇살을 맞으며 마음 놓고 걸을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다.

 안양천길은 걷는 즐거움을 좇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이다. 실제로 5월의 안양천길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으로 하거나 운동을 하는 이들로 활기를 띤다. 여기에 때맞춰 핀 철쭉꽃과 물오른 녹색 나뭇잎, 적당한 부는 바람이 어우러져 걷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준다.

 안양천길은 양화교 입체교차로 밑에서 안양천 뚝을 따라가다가 양평교·목동교 밑을 지나 고척교에 이르는 6㎞ 남짓한 왕복 4차선이다. 고척교, 목동교, 양평교 근처 어디에서나 진입할 수 있으며 한강길과 도림천길과도 맞닿아 있다. 주차공간이 넉넉한 편이어서 차를 갖고 가기에도 부담이 없다.

 이 길의 가장 큰 매력은 4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식생. 봄엔 개나리, 벚꽃, 철쭉이 흐드러지고 초여름엔 벌개미취, 금계국 등의 작은 꽃들이 소담하게 핀다. 뚝길을 따라 늘어선 나무들은 여름엔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겨울엔 눈으로 덮여 색다른 정취를 자아낸다.

 안양천길 목동 중심축 도로는 서울시에서 단풍과 낙엽이 아름다운 길 50곳 중 한곳에 꼽히기도 했다.

 길 중간중간 자전거 도로·잔디밭 등이 조성돼 있어 가족 단위로 나들이를 나오기에도 적합하다. 안양교에서 신정교에 이르는 구간에 있는 체육생태공원은 인라인 스케이트장, 야생초 화원, 만남의 광장이 갖춰져 있어 체험학습을 하기에도 좋은 장소다.

 안양천길에 이어진 다리 아래 누군가가 솜씨 좋게 그린 그라피티는 자칫하면 어둡고 칙칙한 공간을 미술관으로 만드는 마술이다. 각기 다른 개성으로 교각을 꾸민 그라피티는 어두운 다리 밑에 예술 작품을 창조해낸 열정과 생기만큼 안양천길을 풍요롭게 한다.

 안양천길 6㎞를 따라 걸으며 목동 아파트숲과 고척교 등 도심의 변화를 관찰하는 일은 일상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잊게 하고, 운동이 부족한 몸에 활력을 더해준다.

 길 중간에 음수대가 있지만 먹거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만큼 간단한 음료와 먹거리를 준비해 나간다면 얼마 남지 않은 봄날의 소풍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수운기자 p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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