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칼럼] 하나로, 마녀사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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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로텔레콤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가입자와 해지자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넘겨 마케팅에 이용했다는 것이다. 하나로는 “고객 정보의 적법한 외부 위탁”이라고 항변하지만 귀 기울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고객 정보를 팔아먹은 셈”이라는 거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급기야 일부 시민단체는 “정부는 하나로의 사업권을 취소시켜야 한다”며 “탈퇴, 불매운동은 물론 집단소송에도 나서겠다”고 했다. 비록 ‘예고된 참사(?)’지만 시범케이스에 걸린 꼴인 하나로로서는 전전긍긍이다. 통신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진 편법 마케팅이 경찰의 ’불법 규정’으로 한순간에 몰염치로 낙인찍힐 위기에 몰렸다. 더욱이 옥션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터져 나온 일이다. 가뜩이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무차별적 공포심이 증폭되던 시점이다.

 여기에 스팸과 텔레마케팅에 짜증을 내던 국민들의 반감도 가세했다. 먹튀 외국자본의 실체가 드러났다는 정서적 괘씸죄까지 덧붙여지면서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덕분에 변호사들만 호황이다. 포털 사이트에는 집단소송에 참여하라는 카페가 줄을 잇고 있다. 하나로는 일간지에 사과광고를 게재하고 한껏 몸을 낮춘 채 사안이 진정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기업이 이윤을 위해 불법을 저지르는 일은 당연히 단죄해야 한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자칫 ’마녀 사냥’으로 흐르는 일이다. 통신사업자에게 허가 취소와 가입자 탈퇴는 사형선고에 해당한다. 이번 사태에는 분명한 법률적 논란의 공간이 존재한다. 사법당국이 일차적 조치를 취하겠지만 최종적으로는 법원이 판단할 몫이다. 단정에 따른 단죄는 삼가해야 한다. 소송 결과, 혹은 정부의 정밀한 검증을 통해 하나로에는 합당한 조치가 뒤따를 것이다. 하나로에는 1600명의 임직원과 수천명의 협력업체 구성원도 있다. 그들의 일자리와 경제적 토대를 빼앗는 일이라면 차분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과거 우지 라면 파동이나 만두소 사건 역시 지금의 하나로 사태와 비슷하게 출발했다. 결과가 어떻게 바뀔 지는 정부와 법원의 판단에 달렸지만 한 기업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면 좀 더 냉정하게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팩트의 영역에서 기업을 단죄하는 것은 언제든 가능한 세상이다. 그것이 성숙한 시민사회의 힘으로 나타난다.

 일부에서는 우지 파동 당시 삼양라면의 예를 거론하며 하나로의 몰락을 예견한다. 그러나 통신, 인터넷, 카드업체들이 강건너 불구경하며 즐길 일은 아니다. 누구도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시대, DB마케팅은 필요악이다. 컨버전스가 진행되면서 고객 DB를 활용한 기업간, 이업종간 마케팅은 확산일로다. 문제는 고객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한 동의를 어디까지 받느냐다. 늘 편법의 유혹에 노출돼 있는 기업으로서는 불법과 적법의 경계선에서 마케팅 전쟁을 치른다. 그래서일까. 경찰은 벌써부터 또다른 기간통신사업자의 동일한 ’불법’을 적발했다며 기세등등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민의 불안감과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확고하고도 정교한 법 제도 정비다. 구멍 숭숭 뚫린 규제조항 다시한번 돌아보고 대책 세우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정부와 학계, 시민단체, 기업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기업 역시 철저한 자기 반성과 관행으로부터의 탈피 노력이 요구된다. 하나로 사태는 IT최강국의 터무니없는 보안 불감증에서 시작됐다.

 이 택 논설실장 et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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