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검 속에서도 `깜짝 실적`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삼성전자ㆍ하이닉스의 1분기 반도체사업 실적

 삼성전자가 ‘특검 정국’에도 올 1분기에 영업이익이 예상을 훨씬 웃도는 2조원을 넘겼다. 삼성전자는 지난 25일 본사 기준 실적 공시에서 1분기에 매출 17조1073억원에, 영업이익 2조1540억원, 순이익 2조187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분기 매출은 분기 사상 최고를 기록한 전 분기 대비 2% 하락했지만 영업이익은 21%나 크게 뛰었다. 삼성전자는 아울러 처음 소개한 해외연결 기준 통계에서 매출은 26조100억원, 영업이익은 2조5700억원을 올렸다고 밝혀 본사 기준보다 나은 글로벌 기준의 성적표를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마지막으로 내놓은 1분기 성적표로 볼 때 국내 글로벌 IT기업의 1분기 성적은 서브프라임 사태에도 매우 양호하다. 환율 효과도 무시할 수 없지만 신흥시장 개척, 경영 효율화 등의 성과로 풀이된다.

 ◇국산 휴대폰 전성시대 열렸다=삼성전자와 LG전자의 휴대폰 실적은 경쟁사의 실적 악화와 대비된다. 통상 1분기에는 판매대수가 15%가량 줄어들지만 두 업체는 전 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늘어났다. 신흥 시장에서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는 유럽과 북미 등 선진 시장의 수요 약세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도·중남미·중앙아시아 등에서 판매가 늘어나며 9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이전 분기(5800억원)에 비해 57%나 늘어난 것이다. 매출은 5조5500억원을 기록, 작년 같은 기간(4조6000억원)보다 20% 증가했다. 전체 판매대수는 4630만대로 전 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평균 판가는 선진 시장의 비수기 영향과 수출 판가 하락 여파로 전 분기 148달러에서 141달러로 떨어졌다. 하지만 마케팅 비용 감소와 꾸준한 공급망관리(SCM) 개선 효과를 기반으로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끼쳤다.

 LG전자도 국내와 북미 등의 WCDMA 매출 호조와 신흥 시장에서의 물량 확대로 기록적인 성과를 달성했다. 휴대폰 부문은 3조1950억원의 매출과 444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13.9%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9.2%포인트나 상승했다. 전체 영업이익의 73%나 차지하는 괄목할 만한 성적표다. 전체 판매대수는 2440만대를 기록, 전 분기보다 70만대가량 늘어났다. 특히 세계 3위 업체인 모토로라와의 격차를 300만대 수준까지 줄이며 2분기에는 세계 3위 등극이 가능할 전망이다. 또 아시아와 CIS 등 신흥 시장 비중이 36% 가까이 증가하면서 북미 시장의 비중과 같아진 것이 주목된다. 하이엔드 제품의 비중 못지않게 중저가 제품군에서도 경쟁력을 확충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전, 울고 웃고=가전분야에서는 삼성과 LG의 표정이 엇갈렸다. 삼성전자가 계절적 비수기의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하락한 데 비해, LG전자는 중동과 BRICs 지역 매출 확대로 전 분기보다 크게 성장했다.

 삼성전자 디지털 미디어 부문은 7조4200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 분기(8조6800억원)보다 15% 하락했다. 영업이익도 본사 기준으로 3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계절적 비수기의 영향으로 TV 매출이 크게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은 전체 평판TV 시장 수요가 전 분기에 비해 28%가량 감소했음을 감안할 때 시장 점유율은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생활가전은 에어컨 판매의 호조로 연결 기준 매출이 1조8300억원을 기록, 전 분기보다 8%가량 상승한 것이 위안이다.

 LG전자 가전부문은 신흥 시장에서의 성장을 기반으로 전 분기(2조4700억원)보다 23% 늘어난 3조5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4.7%로 전 분기보다 0.4% 성장에 그쳤다. LG전자 측은 서브프라임 영향으로 북미지역 매출이 크게 줄었지만, 중동·BRICs 지역의 성장세가 성장을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손익 측면에서는 철·동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인상과 원화 절하에 따라 증가한 재고 평가의 영향으로 작년보다는 다소 부진했다는 평가다.

 ◇반도체, 가격 하락 속 선방=D램은 계절적 비수기로 인해 수요가 저조한 가운데 300㎜ 생산규모가 늘어나고 대용량 제품 비중이 확대되는 등 공급량이 늘어나 1분기 가격이 전 분기에 비해 20% 이상 하락했다. 낸드플래시도 메모리카드·USB·MP3플레이어 등 주요 제품 수요가 부진해 8Gb MLC 제품 현물시장 가격이 전 분기 대비 35%나 떨어지는 등 예상보다 가격 하락폭이 확대됐다.

 그러나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하이닉스반도체의 1분기 실적은 시장전문가의 예상치보다 양호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 영업이익은 당초 시장에서 전망한 800억∼9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900억원(본사 기준)에 이르렀다. 특히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스마트카드IC, CMOS 이미지센서(CIS) 등 시스템LSI 분야가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여 흑자행진을 지키는 데 기여했다.

 하이닉스도 적자폭은 작년 4분기에 비해 커지기는 했지만 시장에서 예상한 5500억원보다는 적은 4820억원(해외법인 포함)을 기록했다. D램 시장은 전반적인 공급과잉 상황이 지속된 가운데 PC와 서버 등 메모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비교적 견조해 적자폭이 예상보다는 다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하이닉스의 1분기 D램 평균 판매가격은 전 분기 대비 약 16% 하락했고 낸드플래시도 전 분기 대비 39% 하락했다. 출하량은 D램이 66나노 비중 확대 등에 힘입어 약 5% 늘어났고 낸드플래시도 57나노 비중 확대 등의 영향으로 9%가량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미국발 금융 위기 등 거시 경제 등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D램과 낸드플래시 부문에 7조원 이상의 전략적 투자를 함으로써 시장지배력과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의 낸드플래시 공장 1조5000억원 외 대부분을 D램 생산라인 증설에 투자한다. 특히 D램 시장에서의 비트 그로스(bit로 환산한 생산성장률)를 100% 이상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에 하이닉스는 지난해 겪었던 공정 전환에서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개선해 향후 수익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D램은 66나노 수율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하반기 54나노의 본격적인 양산을 위해 2분기에는 양산 수율을 확보하는 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올해 투자는 반도체 업황과 경영여건을 고려해 당초 3조6000억원에서 1조원 정도 줄인 2조6000억원으로 수정하기로 했다.

 주문정·양종석기자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