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하게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더 문제다.”
IT수출업체들이 환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시그널을 계속 보내고 있는 기획재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지난해 환율 하락이 계속되자 많은 IT 수출업체가 환율 하락시에도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환헤지 상품에 가입했으나 새 정부 출범 후 환율 급등으로 손실액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 200억원대의 영상보안업체인 A사는 지난해 말 환헤지 상품에 가입했으나 현재처럼 1000원대가 유지될 경우 2년 동안 10억원의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순이익의 절반 가량에 해당 되는 규모이다.
이 회사의 외환 담당자는 “수출기업을 위해 환율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재정부가 오히려 IT수출 중소기업의 숨통을 죄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처럼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환헤지 상품에 많은 IT수출기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부 중소 수출 IT업체들은 경영난이 심각해지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가 된 환헤지는 ‘KIKO(Knock-in·Knock-out)’ 통화옵션 상품으로 일정 범위를 정해 환율이 하락할 경우에는 헤지 효과를 발휘하지만 반대로 환율이 오를 경우에는 손해가 커진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환율이 한 번이라도 오르게 될 경우 계약금액의 두 배 이상의 달러를 불리한 환율에 팔아야 한다. 지난 16일 한 조찬간담회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융권에 대해 ‘S기꾼’이라고 격하게 몰아붙였던 이유도 바로 이 상품 때문이다.
실제로 의료정보화시스템업체로 코스닥등록기업인 제이브이엠은 최근 환율변동 헷지를 목적으로 한 옵션거래로 지난달 말 현재 거래손실과 평가손실을 합쳐 총 136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IDH도 유로화 옵션거래로 123억원의 손실을 입었으며 대양금속도 111억원 손실을 입었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LCD장비 업체인 DMS도 손실을 입었다고 알려지면서 지난달 1만원을 넘던 주가는 8370원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 상품을 무분별하게 판매한 은행을 비난하고 있는 재정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기업들의 지적이다.
IT수출기업의 한 관계자는 “상품을 판매한 은행과 기업도 문제지만 인위적으로 환율을 끌어 올리려한 재정부에 더 큰 책임이 있다”며 “재정부를 대상으로 환율 조작을 하고 있다며 소송이라도 걸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재정부가 이런 상품에 수출기업이 가입한 것을 알고 환율 인상을 시도했다면 무모한 것이고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했다면 직무유기”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특히 강만수 장관이 은행에 책임을 지우는 것은 재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면피용’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환율 급변동은 기업이나 시장 모두에 좋지 않다”며 “최근 환율에 대한 재정부의 발언은 도를 넘어서고 있어 문제”라고 강조했다.
권상희기자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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