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에이드 파트너]IT유통업계가 걸어온 길

 1987년 코리아에이컴(현 데이타게이트코리아)의 경영진이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EMC를 방문했다. 앞서 한국에서 맺었던 국내 총판 계약을 구체화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EMC의 가능성을 확인한 코리아에이컴은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EMC 비즈니스를 벌였고, 이는 한국EMC가 오늘날 국내 스토리지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는 밑거름이 됐다.

국내 서버·스토리지·소프트웨어 등 컴퓨팅 시장을 주름잡는 제품은 대부분 다국적기업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국내 시장 구도를 결정한 것은 파트너사의 힘이었다. 이제는 단순한 유통채널을 넘어 독립된 IT서비스업체로 자리 잡은 이들 파트너사는 20여년 전부터 IT코리아의 현장요원으로 활약했다.

코리아에이컴은 1986년 신현주씨와 정옥진씨가 세운 회사로 한국EMC가 설립되기도 전에 EMC 제품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 곳이다. 이후 코리아에이컴은 지금의 데이타게이트코리아로 이름을 바꿔 20여년째 EMC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창립 초기 멤버였던 김진환씨가 대표직을 맡고 있다. 신현주씨는 현재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공동 창업자인 정옥진씨 역시 1992년 대인정보시스템을 설립, 지금의 엔빅스 회장으로서 여전히 EMC와 연을 맺고 있다. 또 설립 초기 멤버였던 정형문씨는 한국EMC 초대 사장을 역임한 후 지금은 헤이워드테크 사장으로 활동하며 지난해 IBM에 인수된 이스라엘 XIV사의 스토리지를 공급하고 있다.

코라이에이컴과 비슷한 시기인 1988년 설립된 곳이 현재 한국HP의 소비자용 제품을 도맡아 공급하고 있는 대원컴퓨터다. 회사를 설립한 정명천 사장은 당시 보험업계에 근무하던 친형 정명철씨를 영입해 재무관리를 보강했고 대원컴퓨터는 급성장했다. 이후 1993년 정명철씨가 x86서버 영업에 초점을 맞춘 영우컴퓨터(현 영우디지탈)를 설립하며 독립, 두 형제가 나란히 HP의 주요 파트너사 대표로 자리 매김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코오롱아이넷·LG엔시스·한국정보공학 등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코오롱아이넷은 2003∼2004년 한국IBM과 자체조립생산(AAP) 방식 계약을 체결하고 IBM사업에 주력하면서 흑자 기업으로 반전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LG엔시스는 한국IBM·HP·EMC 등 대형 시스템업체와 잇따라 총판 계약을 맺으면서 모회사인 LG CNS와 연계한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정보공학은 지난 2005년 소프트웨어사업에서 IT유통으로 주력 사업을 전환한 뒤 3년여 만에 한국HP의 주요 총판사로 부상하며 주목받고 있다. 한국정보공학의 IT유통사업본부는 한국HP 출신의 지형범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