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산업의 발전사에는 ‘한국○○○’가 함께 한다. 다국적기업들이 이익이라는 ‘실속’과 동반 성장이라는 ‘배려’로 한국에 터전을 닦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다국적기업들이 지향하는 가치는 ‘글로컬라이제이션(글로벌+로컬라이제이션)’으로 표현된다.
다국적기업 한국지사의 사명에 들어 있는 한국은 로컬을, 그리고 다국적기업명은 글로벌의 기치를 담고 있다. 이는 물론 이들의 현지화 노력과도 직결된다.
다국적 기업의 현지화 목표는 1차적으로 자사 제품과 브랜드의 한국시장 판매다. 그 다음은 글로벌화 지원 및 협력을 통한 동반 성장이다. 특히 한국의 최첨단 IT인프라 및 서비스는 세계를 주도하고 있어, ‘한국○○○’ 역할은 본사 차원에서도 특별하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을 지향하는 다국적기업들은 본사는 비록 외국에 있지만 ‘우리도 한국기업’이라는 신념으로, 한국경제 발전의 일선에서 분투하며 국내업체와의 협력은 물론, 고용과 교육의 책임까지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회공헌 활동에도 빠지지 않는다.
실제로 한국후지쯔와 한국IBM 등은 국내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매년 정기적으로 신입사원을 모집해 국내 IT인재로 키워 내며, 글로컬라이제이션 기업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다국적기업으로 입사해 현재 국내 굴지 대기업 IT사의 사장급으로 재직중인 인재가 수두룩하며, 한국IBM과 후지쯔의 경우 현 CEO가 모두 공채로 입사해 그 자리에 오른 인물들이다.
한국HP·한국EMC·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 다국적기업들은 산·학 협동 프로그램을 통해 솔루션 센터를 운영하는 등 중장기 ‘교육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은 없지만, 씨를 뿌려 놓음으로써 장기적으로 미래 수요 발굴·핵심 엔지니어 양성·회사 인지도 향상·제품 친숙도 확대 등을 통해 한국에서의 기반을 보다 확고히 하겠다는 포석이다.
한국MS의 정보화 격차 해소와 노인 정보화 교육, 한국EMC의 ‘직지심체요절’ 찾기 운동 후원 캠페인, 한국HP의 글로벌 체험단 등 다국적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글로컬라이제이션 실현을 앞당기는 계기로 작용했다.
중국의 산업화로 전세계적으로 외국 투자유치 붐이 불면서 다국적 기업의 위상은 한층 당당해졌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투자를 동반한 진출은 ‘맨발로 뛰어나와’ 반기는 양상이다. 다국적기업들이 그리는 미래 청사진은 그들만의 계획이 아니라 바로 우리 한국 산업과 경제에 방향을 제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국적 IT 기업이 한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토종 기업의 역할에 버금간다. 특히 다국적기업들은 국내 업체들로서는 글로벌 선진 경영 기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을 지향하는 ‘한국○○○’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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