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유가에 산업계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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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널뛰는 유가로 인해 산업 전반에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각) 사상 최고치 경신, 17일 4% 이상 급락을 거쳐 18일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하에 따라 반등했다. 이어 19일에는 시장 기대에 못 미친 금리 인하폭과 미 원유재고 증가 등의 영향으로 또다시 유가가 급락했다.

 업계는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유가가 럭비공처럼 튀는데다 20달러가량의 거품이 현 유가에 포함됐지만 이미 고유가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하고 있어 산업 전반에 걸친 악영향이 우려된다.

 ◇유가 “널을 뛴다”=19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A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4.94달러나 떨어진 배럴당 104.48달러에 마감됐다. WTI 가격이 전일 대비 배럴당 3.74달러 높아져 109.42달러에 마감된 18일과는 반대 모습이다.

 18, 19 이틀 동안의 유가 급등락은 경기 회복을 위해 18일 정책금리와 재할인율을 모두 0.75% 인하한 미국 FOMC가 이끌었다. 금리 인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 사태가 베어스턴스의 유동성 위기 등 금융시장 혼란으로 이어지자 제기된 경기침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이뤄졌다. 그러나 19일에는 금리인하 폭이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평가에 상품시장 인플레이션 우려가 감소되면서 유가가 다시 떨어졌다. 이날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3주 연속 원유재고가 증가하고 지난 4주간 평균 석유수요도 작년 대비 3.2% 감소했다고 발표한 것도 한몫했다.

 ◇2분기에도 고유가 지속 전망=문제는 고유가 상황이 올해 2분기에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세계에너지센터(CGES)는 지난 17일 내놓은 북해산 브렌트유의 2분기 배럴당 평균가격이 수급상황이 특별히 악화되지 않는 기준유가 시나리오에서 1분기(94.0달러)보다 6달러 이상 높은 100.20달러가 될 것이라는 수정 전망치를 발표했다. CGES는 지난 2월 하순에 발표한 전망치에선 2분기 브렌트유 평균가격을 배럴당 93.80달러로 예상했다. 연평균 예상 가격도 전월 84.50달러에서 90.30달러로 대폭 높였다.

 미국 케임브리지 에너지연구소(CERA)도 1, 2분기 WTI 배럴당 평균 가격이 각각 95.43달러와 98.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달 12일에는 2분기 WTI 배럴당 평균 가격이 89달러로 1분기의 89.32달러에서 소폭이나마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던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도 최근 WTI 배럴당 1분기 가격을 96.79달러, 2분기 가격을 97.0달러로 전망하며 말을 뒤집었다.

 구자권 한국석유공사 석유연구센터 해외조사팀장은 “석유시장이 지금 펀더멘털(수급상황)을 벗어나 자금이동 등에 따라 춤추는 ‘디커플링’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 산업에 영향 우려=물론 현재 100∼110달러를 오가는 유가에서 20달러가량은 국제금융시장 변동으로 인한 거품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고유가 시대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90년대 저유가로 인해 원유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 인도 등 이머징 마켓에서 지속적으로 원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란, 나이지리아 등 중동과 아프리카 주요 원유 생산국의 불안한 정치적 상황도 걸림돌이다.

 이에 국내 산업 전반에 고유가로 인한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의 올해 거시경제전망 목표치는 모두 두바이유가 배럴당 80달러선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 하에 만들어진 것으로 유가 상승이 지속되는 경우 성장률, 물가, 국제수지 전망치 등을 모두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