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샤프에서 LCD 패널을 조달받는 것은 물론이고 1조원 규모의 10세대 라인 공동 투자까지 발표한 것은 삼성전자 DM총괄에 빼앗긴 세계 TV 시장 1위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단기적으로 삼성전자 LCD총괄과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나 2010년께 우리나라와 일본이 10세대 양산경쟁에 돌입하면 사정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권영수 LG필립스LCD 사장이 “자연스러운 시장현상”이라고 논평한 대로 업계는 소니의 행보를 예정된 수순으로 본다. 세계 TV 시장을 다시 한번 평정하기 위해 안정적인 패널 수급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소니가 올해 TV 판매 목표로 내세운 계획은 2000만대 수준. 삼성전자 DM총괄은 LCD TV로만 1800만대 판매 목표를 세웠지만 내부적으로는 역시 2000만대 이상으로 높여 잡았다. 두 회사 간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소니로선 안정적인 패널 수급이 관건이다. S-LCD에 2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놓고도 소니는 욕심만큼 패널을 공급받지 못해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삼성전자의 7-1 라인과 8-1 라인 1단계 공장에서 나오는 물량의 절반으로는 TV 판매 목표치에 턱없이 부족했다. 삼성전자 LCD총괄로서도 공급이 달리는 상황에서 1순위인 DM총괄보다 패널을 더 줄 수 없는 노릇. 더욱이 노트북PC·모니터·소형TV 패널 판매가 호조를 띠면서 TV용 패널은 수급에 더욱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니 안팎에선 오래 전부터 S-LCD 합작투자의 이해득실에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고 업계는 전했다. 엄청난 돈을 투자해놓고도 패널 공급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한 반면에 소니의 TV 제조기술만 경쟁사인 삼성전자로 넘어갔다는 지적까지 일본에서 제기됐다. 소니는 LCD 종주국의 자존심을 한국에 넘겨준 장본인이라는 비난까지 감수해야 했다. 소니는 그동안 삼성의 대안으로 대만의 AUO 등 여타 제휴처를 꾸준히 모색해왔으며, 결국 자국기업인 샤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다.
그렇지만 소니의 행보로 성급하게 삼성전자와 결별을 예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소니가 샤프와 합작투자한 10세대 양산 라인은 일러야 내년 하반기에 가동한다. 당장 올해 LCD TV 시장 선두에 오르려는 소니로선 S-LCD를 통한 패널 공급 물량을 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이상완 LCD총괄 사장이 “8-2 라인 (합작투자) 문제는 양사 간 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한 대로 조만간 추가 합작투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소니가 향후 삼성전자에 합작투자할 가능성은 갈수록 낮아진다는 시각도 있다. S-LCD의 7세대·8세대 합작투자 전례를 감안할 때 원하는 만큼 패널을 공급받을 수 없는 ‘장사’를 또다시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다. 안현승 디스플레이서치코리아 사장은 “양사 간의 결별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며 “다만 기투자분 외에 삼성전자의 차세대 라인(8-2 라인) 추가 투자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앞으로 1, 2년간 소니의 패널 공급처 다변화 전략이 속도를 내면 LG필립스LCD 등의 반사이익도 예상된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예정보다 빠른 소니의 발표에) 약간 당혹스럽지만 내년까지 공급 물량이 예정돼 타격은 되레 대만 패널업체로 갈 것”이라며 “여전히 소니와 관계도 좋고 10세대 투자 참여 여부도 아직 부정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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