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다. IT가 발전하면서 우리 삶의 대부분이 디지털화돼 가고 사람들의 감성도 디지털에 길들여져 가고 있다.
LP 판과 턴테이블이 골동품이 됐던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음악을 듣기 위해 테이프나 CD가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이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는다. 물론 디지털 기술이 삶을 윤택하고 편리하게 만든 건 사실이지만 때로는 과거 레코드나 CD로 음악을 듣던 아날로그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하는 IT기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항상 최신 IT를 접하고 뒤처지지 않아야 하는 자리에 있지만 이런 아날로그기기와 거기에서 오는 감성을 버릴 수 없다. 특히 음악을 좋아하는 나는 아주 오래된 진공관 앰프와 2채널 스피커로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곤 한다.
향수와 아득한 그리움을 간직한 사운드를 듣기 위해 영국산 코플랜드 401 진공관 앰프를 프로악 2채널 스피커와 함께 영국에서 공수해온 것이다. 영국 여행 중 한 카페에서 이 앰프로 울려퍼지는 라흐마니노프의 3번 피아노 협주곡을 들으면서 경험해 보지 못했던 어떤 오래된 새로움 같은 것을 느꼈다.
이 후로 심신이 지치고 힘들거나 혼란스러울 때 혼자서 진공관 앰프를 켜고 이 음악을 듣는다. 아무리 빠르고 복잡한 세상이지만 가끔은 자신만의 이러한 여유가 삶의 활력을 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jjl@belk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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