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장품] 정현경 중앙ICS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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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서른두 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겉봉에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은 한 통의 흰 편지봉투를 건네주셨다. 제법 두터운 봉투였다. ‘참고해야 할 문서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안에 있는 내용물을 꺼냈다.

 평소 워낙 무뚝뚝하신 분이라 내게 주시는 편지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간 한 번도 아버지가 직접 쓰신 생일카드를 받아보지 못했던 나였기 때문이다.

 안에 들은 내용물은 손수 쓰신 편지였다. 한 번도 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시지 못한 무뚝뚝한 아버지의 편지 첫머리는 ‘사랑하는 내 딸 현경이에게’였다.

 그 속에는 당신께서 사업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 힘들게 겪은 여러 일들과 그로부터 느끼신 것들, 그리고 사업을 하는 딸에게 해주고 싶으신 이야기들이 무려 넉장에 걸쳐 가득 메워져 있었다. 편지의 처음부터 끝까지 아버지의 너무도 진한 사랑이 느껴졌다.

 편지에 덧붙여 손바닥만 한 메모지 크기에 ‘지혜로운 삶’이라는 문구도 함께했다. 내게 꼭 명심했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메모도 함께 있었다.

 나는 이것을 사무실 책상바닥에 붙여 놓고 아침마다 그리고 힘들 때마다 보곤 한다. 무뚝뚝하신 아버지가 사랑을 담아 주신 그 편지는 사업가로서 내가 꿋꿋하게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sc@caics.co.kr

 

[지혜로운 삶]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며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인지 깊게 생각하며 이치가 명확할 때 과감히 행동하라.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임금처럼 말하며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워라.

-태산 같은 자부심을 가지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

-역경을 참아 이겨내고 형편이 잘 풀릴 때를 조심하라.

-재물을 아까워하지 않을 줄도 알고 때로는 마음껏 여유를 즐겨라.

-사슴처럼 조심하며 호랑이처럼 용감하되 터지는 분노를 잘 다스려라.

-이것이 지혜로운 이의 삶이니라.

-교만을 겸손으로, 분노를 사랑으로, 생각을 바꿔서 마음을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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