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디스플레이 강국](3부)국산화가 열쇠다③부품·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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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보(대표 김상근)는 지난해 LCD 백라이트유닛(BLU)의 프리즘시트를 국내 처음으로 개발했다. BLU 핵심 4개 소재인 확산·보호·반사·프리즘 시트를 모두 공급하는 세계 몇 안 되는 기업이 됐다. 기초 소재 개발에서 가공에 이르기까지 광학필름 기술을 갖춘 덕분이다. 다른 경쟁사들이 원천 특허 보유사인 미국 3M과 비슷한 가공기술을 채택한 것과 달리, 상보는 관계사를 통해 원천 소재를 아예 국산화해냈다.

 미래나노텍(대표 김철영)은 국내 최초로 마이크로렌즈 방식의 광학필름을 개발했다. 3M이 독점해 온 이 시장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지난해에는 프리즘 필름과 보호 필름을 한 장으로 합친 개념의 ‘UTE25’를 개발, 삼성전자의 LCD 모니터용으로 공급했다.

 LCD 부품·소재 분야에서 가장 국산화가 진척된 분야는 BLU다. 많은 국내 전문업체가 핵심 소재를 속속 국산화하면서 빠르게 수입대체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해 BLU 국산화율은 전년 대비 5%포인트나 상승한 94%에 이른다. PDP 소재 분야도 삼성코닝정밀유리는 삼성SDI와 공동으로 신공법을 적용한 PDP 전극 소재를 개발했다. 지난해 7월 오프셋 인쇄기술에 적용하는 전극 재료로 양산에 들어갔다.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던 전극 재료를 국산화한 덕분에 눈에 띄는 원가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최근 디스플레이 부품·소재 분야에 국산화의 노력의 결실을 얻고 있지만, 아직은 장비 분야에는 아직 미진한 편이다. 해외 업체들이 워낙 오랜 기간 핵심 원천기술을 보유해 이들의 특허장벽을 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와 시장조사기관 등에 따르면 지난해 LCD 부품·소재 산업의 국산화율은 66%에 이르지만 핵심 2, 3차 부품·소재의 해외 의존도가 커 실제로는 30%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컬러필터와 편광판·액정·유리기판 등의 원천 소재는 일본 업체들이 독식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실정은 국내 LCD 부품 시장의 무역수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현재 우리나라 LCD 부품·소재 시장은 전 세계 40%대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글라스·액정·드라이버IC 등 6대 핵심부품의 무역수지는 지난 2006년에 26억달러에 이른다. 20개가 넘는 국내 LCD 부품·소재 기업 중 상위권 13개사를 합친 매출액도 고작 1조원에 그친다. LCD 후방산업 인프라 경쟁력에서 우리나라는 BLU·유리기판 정도를 제외하면 모조리 일본에 뒤지는 형편이다. 특히 컬러필터 화학소재와 편광판 필름, 백라이트 필름, 드라이버IC, 편광판 등의 기술격차는 많게 50%까지 나기도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PDP 분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삼성·LG 등 주요 패널 업체를 중심으로 수직집적화를 상당부분 이뤄냈으나 지난 2006년 기준 부품·소재 국산화율은 55% 정도다. 격벽재료 기술만 우리가 약간 앞설 뿐 유리기판·형광체·전극페이스트 등의 기술은 일본에 한참 밀린다. 차세대 OLED의 경우 핵심 부품은 지난 2006년 기준 약 40%의 국산화율에 올라선 것으로 보이나 역시 유리기판·유기발광재료·봉지재 등 핵심 원천기술은 일본을 따라잡지 못한다.

◆미래나노텍/BLU용 광학필름

 LCD 패널 원가에 백라이트유닛(BLU)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다. BLU로 들어가 보면 가장 큰 원가비중의 광학필름이 역시 비슷한 30% 선이다. 단순 셈만 해도 광학필름 국산화 효과는 패널 단가의 10%에 이른다. 지난 2005년 BLU용 광학필름을 국산화한 LCD 소재 전문업체인 미래나노텍(대표 김철영 www.mntech.co.kr)이 주목받는 이유다. 김철영 사장은 “과거 국산화 이전에는 광학필름의 수를 줄이거나 구매 가격을 낮추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지만 미국 3M의 독점 체제에선 쉽지 않은 일이었다”면서 “우리가 국산화의 물꼬를 튼 뒤 필름 가격이 30% 이상 인하됐다”고 말했다.

 3M의 독식을 그간 저지하지 못한 것은 제조기술이 어려웠던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3M이 쳐놓은 수백가지에 달하는 특허 장벽 때문이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미래나노텍은 3M 기술과 다른 마이크로렌즈 타입의 광학필름(UTE)을 개발했다. 가장 큰 애로는 양산을 위한 자금 확보였다. 김 사장은 “대다수 벤처기업이 그랬듯 사업화 단계에 진입한 제품을 개발했음에도 양산에 들어갈 수 있는 시설자금을 구하느라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비해야 했다”면서 “가능성 있는 벤처기업에 여전히 문턱은 높다”고 토로했다.

 미래나노텍은 UTE를 개발한 뒤 매년 국산화 급피치를 올렸다. 특히 ‘UTE25’ 이후 출시한 제품군은 프리즘과 렌즈를 필름 1장에 구현한 복합 필름으로 과거 BLU에 3장이 필요하던 필름 적층구조를 2장으로 줄였다. 패널 제조사의 원가절감은 당연한 결과. 미래나노텍이 지난 2005년 양산을 시작한 지 불과 3년 만에 전 세계 광학필름 시장에서 점유율을 10%대까지 끌어올린 것은 패널 제조사의 원가 경쟁과 제품 슬림화라는 요구를 충족시킨 덕분이다. 미래나노텍은 올해 야심작으로 3M이 독점한 ‘듀얼BEF(DBEF)’ 시트를 대체할 ‘편광반사시트(UTE70)’를 개발 중이다.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이미 7인치까지 시제품을 개발했다. 20인치 이상의 제품도 연내 국산화할 계획. 김 사장은 “편광반사시트까지 개발한다면 향후 전 세계 필름시장에서 3M의 확실한 경쟁상대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미래나노텍은 지난해 725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국내외 LCD 시장의 호황세에 힘입어 1300억원의 매출을 기대했다.

◆에이스디지텍­편광판 필름

 올해로 창업한 지 만 20년째인 에이스디지텍(대표 동현수 www.acedigitech.co.kr). 이 회사는 지난 1990년대 후반 불모지나 다름없던 LCD 핵심 부품인 광학용 편광필름의 국산화에 뛰어들었다.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웠던 그 시도는 위험을 감수해도 좋을 만큼 값진 일이었다. 에이스디지텍은 지난 1998년 TN-LCD용 제품 개발을 필두로 지난 2000년 컬러 STN-LCD, 2003년 휴대폰용 TFT LCD 제품을 잇따라 국산화하는 개가를 올렸다. 지난 2006년에는 노트북PC와 LCD TV용 제품 개발에도 성공했다. 안재현 경영지원실장(상무)은 “LCD 핵심 부품 시장에 삼성·LG 등 대기업 계열사를 빼면 벤처기업으로는 에이스디지텍이 사실상 유일한 것도 높은 기술 장벽을 극복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광학용 편광필름은 부품·소재 기술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안 상무는 “공정기술이 없으면 결국 선진 해외업체들에 모든 것을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서 “진입초기부터 설비·장치 기술을 보유했던 덕분에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떠올렸다. 1라인 가동초기에는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수율이 저하되면서 원가경쟁력을 상실하기도 했다. 필름을 붙이는 점착제 기술이 성숙하지 못한 탓에 제품에 열을 가하면 변형이 생기는 등 불량도 잦았다. 안 상무는 “이런 문제점을 조기 해결하기 위해 4개월간 밤낮없이 기술개선 작업을 벌였다”면서 “수많은 보완작업을 거친 뒤 2라인에서는 시생산 3개월 만에 97%의 수율이라는 기록을 만들어냈다”고 전했다. 97%의 수율은 통상 양산에 들어간 뒤 2년 이상 걸려야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축적한 특허기술도 적지 않다. TFT LCD에서 OLED에 이르기까지 현재 공개특허 3건, 등록 47건, 등록대기 4건, 출원 21건, 해외출원 1건 등 다수의 기술특허를 보유 중이다.

 지난해에는 삼성그룹 제일모직이 에이스디지텍을 전격 인수했다. 화학소재 기술력을 배가시키고 삼성전자 등 여타 주력 계열사들과 함께 IT 관련 부품·소재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에이스디지텍은 충북 오창 과학산업단지 내 약 10만㎡ 부지의 2개 생산라인에서 총 3700만세트의 편광필름 양산능력을 갖췄다. 앞으로 5년 뒤인 2012년 TV용 제품 세계 2위, 모니터용 제품 세계 3위로 전 세계 15%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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