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2008 핫 이슈](5)D램 가격 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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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램 가격 반등, 언제부터 시작될 것인가.’

 지난해 기록적인 D램 가격 추락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진 반도체 업계는 물론이고 모든 산업계와 정부·애널리스트가 궁금해하는 이슈다.

 D램은 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몇 안 되는 분야일 정도로 간판이 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국내외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2006년까지만 해도 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앞다퉈 증설에 나섰고 결과는 공급과잉으로 이어졌다. 심지어 D램 시장의 투자리더십을 쥐고 있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하락이 진행되는 가운데에서도 증설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2000년 이전처럼 4∼5년 주기로 반복되던 반도체 사이클은 없어졌고 공급과 수요의 균형에 따라 시황이 좌우되는 시대가 됐다.

 결국 지난 한 해 동안 D램 가격은 반 토막도 아닌 5분의 1토막 이하로 줄달음쳤다. 주력제품인 512Mb D램 가격은 지난해 말 기준 1달러 밑으로 떨어졌고 후발주자인 대만업체들은 가격 폭락이 본격화된 지난해 상반기부터 적자라는 쓴맛을 보기 시작했다. 이 같은 D램 가격 폭락은 비교적 여유 있게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17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해온 하이닉스도 지난 4분기에는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이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다.

 업계는 지난해 작년 대비 34%가량 늘어난 D램 생산능력이 올해에는 반대로 35%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하고 있음을 공감한 반도체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증설을 자제하고 있고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시대를 풍미해 온 200㎜ 라인의 퇴출이 가시화되면서 생산능력이 감소할 것이라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J P 모건 자료에 따르면 현재 D램 업계 전체적으로 300㎜ 라인 비중은 70% 후반대며 올해 말이면 80% 초반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업체별 200㎜ 이하 비중은 삼성전자가 24%로 가장 낮고 하이닉스가 36%, 마이크론과 키몬다, 난야는 각각 66%와 42%, 38% 등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 라인 비중이 큰 업체들이 200㎜ 비중을 줄이면 전 세계 D램 생산능력이 상당 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D램 시황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D램 가격 반등 시기는 반도체 업계를 비롯한 전후방 산업의 관심사가 됐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대체로 D램 가격 반등 시기를 2분기 말 또는 하반기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하이닉스 측은 “D램 가격이 1분기까지는 약세를 보이다가 2분기 말부터 반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0㎜ 라인의 퇴출로 인한 D램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수요업체들이 제품을 미리 구입해두는 선수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상의도 매년 주요 업종별 단체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주요 업종의 2007년 실적 및 2008년 전망’ 조사에서 D램 가격이 상반기에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측은 다소 보수적으로 전망했다. 2분기에 저점을 찍은 뒤에 3분기부터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낙관론을 펴는 반면에 일각에선 대만업체들의 첨단 기술 습득에 따른 공급능력 확대로 수급 불균형이 지속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 2006년 말에 대만업체에 대한 80나노 기술 이전이 있었고 이후 대만업체의 70∼80나노급 D램 생산능력이 확대돼 공급 물량 과잉에 영향을 준 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60나노급의 최첨단 공정기술이 대만업체들에 이전될 것으로 가정했을 때 시황은 다시 안개 속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인터뷰- 김정수 하이닉스반도체 상무

 “이르면 1분기 말 정도에 수급 균형이 이뤄지고 이후에 D램 가격이 정상을 찾기 시작해 점차 상승곡선을 그리지 않겠습니까.”

 김정수 하이닉스반도체 상무는 업계의 관심사인 D램 가격 반등 시점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자신은 점쟁이가 아님을 강조하며 “잘못된 예측으로 인해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신중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입을 연 김 상무는 “D램 반등시기는 이르면 2분기 말쯤 시작되고 제대로 된 상승세는 하반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상무가 D램 가격 반등을 예측하는 배경에는 D램 가격이 내려갈 만큼 내려간 상황이라는 점과 이에 따른 업체들의 설비투자 감소, 200㎜ 라인 퇴출로 인한 공급량 감소 등의 요인이 있다.

 김 상무는 “D램 경기는 공급의 변수”라며 “보통 생산능력이 5% 정도만 내려가도 수급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 때문에 평상시 업계의 D램 생산능력이 연간 17∼18% 증가하고 기술향상으로 인해 추가로 생산능력이 증가한다고 봤을 때 200㎜ 라인 퇴출로 인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10여%의 의미는 상당하다는 견해다.

 그는 “200㎜ 라인 퇴출 효과만 놓고 보더라도 하반기부터는 D램 가격이 상승세를 탈 것”이라며 “여기에 업체들이 투자를 다소 줄이고 기술향상에 주력하면 D램 공급량이 추가로 줄어들어 이르면 2분기에도 D램 가격이 반등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

◆D램 가격 반등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 

 D램 가격 반등은 우선 메모리 업체들을 벼랑에서 구해낼 전망이다.

 512Mb D램 현물거래가가 1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메모리 업체는 하나같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자본력으로 버티는 살벌한 ‘머니게임’이 벌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하반기까지 지속하게 되면 상위 3개 업체를 제외하고 후발업체들이 자력으로 생존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512Mb D램 평균 판가가 2달러로 떨어진 작년 3분기에도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1·2위 업체는 간신히 10%대 영업이익률을 유지했으나 후발주자들은 20%대 영업적자로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가격 반등은 꽁꽁 얼어붙은 설비 투자심리를 되살리는 계기로도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추정하는 올해 세계 메모리업계 설비투자액은 작년보다 13.6% 줄어든 235억1000만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메모리 가격이 조기에 반등하면 공급부족에 대한 기대가 급속히 확산돼 선발업체를 중심으로 오히려 설비투자가 확대되는 상황도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위기에 오히려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공격적인 투자전략으로 후발업체와 격차를 벌려왔기 때문이다.

 설비투자 확대는 그동안 수주 가뭄에 시달려온 장비업계의 동반 회복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반도체 장비만 주력해온 검사장비업체가 모처럼 기지개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들어 LCD 장비투자도 활기를 띠는 추세여서 반도체 장비 발주도 잇따르면 장비업계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릴 수도 있다.

 메모리 판가 반등은 LCD와 세트업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메모리 가격 상승은 노트북PC 등 세트제품 가격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세트업체의 이익률을 크게 압박할 전망이다. 세트업체가 메모리 가격 인상에 LCD 가격 인하를 요구해 LCD업체가 유탄을 맞을 가능성도 크다. 지난 2년 6개월간 가격 추이도 대체로 D램이 오르면 노트북 LCD 판가가 내리고, 반대로 LCD가 오르면 D램이 내리는 양상을 보여왔다.

 김성인 키움닷컴 애널리스트는 “PC업체들이 D램 가격 인상이 지속된다면 LCD 가격 인상을 자제할 것이 뻔하다”며 “노트북PC용 LCD의 경우 지난해 30∼40% 급등한 상태여서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 판가 인하 압박에 바로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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