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의 파죽지세냐, 메모리의 권토중래냐.’
메모리와 LCD업체가 올해 우리나라 간판산업 자리를 놓고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작년 메모리 시장 규모를 처음 추월한 LCD업계가 대대적인 설비 투자를 통해 대표 산업 굳히기에 나선 가운데 메모리는 판가 반등을 발판 삼아 명예회복을 벼른다.
전문가들은 일단 LCD의 우세를 점친다. 올해에도 LCD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반면에 메모리는 상반기까지 공급과잉에 따른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반론도 있다. 바닥을 맴도는 메모리 가격이 투자축소 여파로 예상보다 빨리 반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LCD산업 역시 지난해초만해도 최악의 불황이 예고됐지만 이를 뒤엎고 2분기부터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
◇LCD ‘쌍두마차’로 부상=디스플레이서치·아이서플라이 등 시장조사기관 매출 집계에서 국내 LCD 산업은 지난해 메모리 산업을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 지난 3분기까지 삼성전자 LCD총괄과 LG필립스LCD의 누적 매출 합계는 235억달러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과 하이닉스의 매출 합계인 219억달러보다 16억달러 많았다. 지난 2005년과 2006년만 해도 연간 매출액에서 메모리가 LCD보다 20억∼30억달러 가량 많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역전된 셈이다.
LCD는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3분기부터 메모리를 추월했다. 격차도 5∼10% 포인트에 이른다. 지난해 D램 가격이 추락한 반면에 IT용 LCD 판가가 무려 8개월 동안 반등한 여파다. 또 7세대·8세대 등 대형 LCD 생산라인이 속속 가동되면서 LCD산업의 덩치가 1∼2년 사이 급팽창한 것도 무시 못한다는 분석이다.
◇판가가 승부 가른다=올해에도 LCD의 성장세는 지속돼 이변이 없는 한 메모리를 10억달러 안팎의 근소한 차이로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역시 메모리 가격의 반등 시점과 폭이다. 작년 2분기 메모리가 분기 매출에서 LCD에 첫 추월을 허용한 원인도 메모리 평균판가(ASP)의 급락에서 찾을 수 있다. 작년 1분기 4.6달러를 기록한 512Mb D램 ASP는 2분기 2.2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LCD 판가가 강세를 보여도 512Mb D램 ASP가 3달러대만 회복해도 매출에서 메모리가 다시 LCD를 앞지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메모리 진영은 새해 주력제품이 고부가가치인 1기가 D램으로 서서히 바뀌면서 매출과 이익의 급속한 회복도 가능할 전망이다. 김성인 키움닷컴 애널리스트는 “D램 가격이 반등하면 PC업체들이 LCD 가격 인상을 자제할 것”이라며 “메모리 가격 반등이 LCD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산업의 희비가 빠르게 뒤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설비 투자 LCD가 강세=메모리와 LCD의 설비투자 규모도 간판산업 경쟁의 주요 승부처다. 올해 LCD의 경우 삼성전자와 LPL이 나란히 3조원 이상의 설비투자를 준비중이다. 금액으로는 작년 대비 2∼3배 늘어난 수치다.
반면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하이닉스 등은 가격폭락에 맞춰 설비투자 규모를 대폭 축소할 움직임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시설투자액이 작년보다 4%, 하이닉스는 6.8% 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설비투자는 거의 1년 뒤 생산량 또는 매출과 직결되는 것을 감안하면 하반기와 내년에도 LCD 산업의 성장세가 메모리를 압도할 수 있는 셈이다. 설비투자 명암에 따라 올해 LCD 장비업계와 반도체 장비에 주력하는 검사 장비업체들의 희비도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충훈 유비산업리서치 사장은 “LCD는 메모리에 비해 재료·부품비 비중이 배 이상이 높아 후방산업 경제 파급효과도 그 만큼 높다”며 “메모리와 LCD의 산업규모가 엇비슷한 지금은 후방산업까지 합칠 LCD가 훨씬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문정·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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