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낸드 플래시 메모리 업체인 도시바가 솔리드 스테이트 디스크(SSD) 시장에 진출한다. 낸드 플래시 1위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SSD를 출시한 데 이어 미국 샌디스크·마이크론테크놀로지·인텔·STEC, 그리고 이제 도시바까지 SSD 시장에 가세한 것이다. SSD의 가격 장벽이 예상보다 빨리 무너질 수 있는 신호로 보인다.
11일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도시바는 내년 5월 SSD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제품은 이에 앞서 내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쇼(CES)에 공개한다. 도시바가 내놓을 SSD는 32·64·128GB 세 가지 용량에, 1.8인치와 2.5인치 제품 총 6가지 모델이다. 모두 노트북용으로 1.8인치와 2.5인치 SSD는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 대신 바로 쓸 수 있다. 신제품의 읽기 속도는 초당 최대 100MB이고 쓰기 속도는 40MB/s. 데이터 이동 속도는 3Gbps이며 사용 수명은 1만시간이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도시바는 낸드 플래시 종류 중 하나인 멀티레벨셀(MLC)로 SSD를 만들어 상당히 낮은 가격대에 출시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따르면 동일 용량의 SSD를 만들 경우 싱글레벨셀(SLC)보다 멀티레벨 셀이 제조 단가를 40% 가량 낮출 수 있는데, 현재 32GB SLC 낸드 플래시 SSD가 우리나라 돈으로 약 60만원대임을 감안하면 도시바의 32GB SSD는 40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여전히 SSD가 HDD(80GB 모델 7만∼8만원)에 비해 고가지만 최근 PC 업체들이 울트라모바일PC(UMPC)와 같은 휴대성·이동성을 강화한 제품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어 SSD쪽에 기회가 더 많다.
시장조사 업체인 가트너의 조세프 언스워스 애널리스트는 “HDD가 주도하던 MP3플레이어 시장도 어느 순간 갑자기 플래시 메모리로 전환됐다”며 “플래시는 공간을 적게 차지하고 발열량이 적기 때문에 PC 업계에 채택되는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IT 분야 전문 조사 업체인 아메리칸테크놀로지리서치는 내년 100대 노트북 중 5대에 SSD가 탑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3년 후 2011년에는 100대 중 38대에 SSD가 채택될 것으로 예상했다. PC 산업의 핵심인 노트북 시장이 더 이상 HDD의 텃밭이 아니라는 얘기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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