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길드(Guild)

 중세 도시가 성립하는 과정에서 수공업자·상공인이 상호부조와 직업상의 권익 보호를 위해 만든 조직이 길드다. 길드는 11∼16세기 유럽에서 특히 번성해 하부 경제사회 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수공업 길드는 염색·석공·금속세공 등 특정 직업의 기술자와 장인이 모여 다른 길드보다도 결속력이 강했다. 단합의 원천은 자신들이 생산한 제품을 공급받는 지배계층인 상류사회에 맞서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수공업 길드도 중세에서 근세로 넘어오는 터닝포인트인 종교개혁을 필두로 한 르네상스 시대 앞에서는 서서히 힘이 빠지고 만다. 즉 화폐가 일상화되고 거대 자본이 출현하면서 새로운 기술이 속속 등장, 길드의 필요성이 사라진다. 역사학자는 길드가 중세 유럽 봉건주의가 근세 자본주의로 발전하는 데 필요한 상인·기술자·은행가 등의 기반을 마련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지금 외신은 미국 사회가 할리우드 작가조합(Writers Guild of America)의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7월 중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DVD·IPTV 등 신종 디지털 매체의 출현에 따른 추가 수익 배분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일례로 우리 돈 2만원짜리 DVD타이틀에 작가조합이 받는 돈은 30원에 불과하다고 분통을 터트린다.

 작가의 이러한 요구에 영화사 등 제작자 측은 신매체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과장됐으며 정확한 통계가 어려워 응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배우조합·무대기술자조합까지 동조해 사태는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이미 상당수 영화 제작이 중단됐고 일부 TV 프로그램은 결방이 계속돼 피해액은 천문학적인 규모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파업이 5개월을 넘기면서도 작가조합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는 아메리카로 흘러든 중세 봉건주의에 맞섰던 길드정신이 저변에 깔려 있다. 또 이러한 정신이 전 세계 영화산업을 리드하는 할리우드의 저력이기도 하다.

 홍승모팀장@전자신문, sm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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