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영화인들이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 대거 모여 불법영화 복제 유통을 두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한 영화인은 “우리는 전쟁을 하려고 합니다”고 말했다. 평소 차분하던 그에게서 ‘전쟁’이란 단어가 나오다니. 며칠 후 한 방송사의 시사프로그램에서 저작권 침해로 법무법인에게 고소를 당해 벌금 마련 때문에 고민하던 중학생이 자살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영화인의 전쟁 발언과 중학생의 죽음. 전혀 개연성이 없어 보이는 두 사건 사이에는 ‘저작권 보호’라는 묘한 중첩점이 있다.
저작권자는 “개정저작권법이 발효된 지 6개월이 다 되도록 여전히 온라인에서 영화·음악·만화·소설 등 불법복제 저작물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며 “제도는 마련됐지만 실행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법 위반으로 피소된 한 네티즌은 “우리 잘못도 인정하지만 불법복제물 유통을 막지 않는 온라인 사업자의 책임도 있는 것 아니냐”며 반문한다.
개정저작권법 취지는 P2P·웹스토리지 등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사업자(OSP)에게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하는 한편 일반 OSP의 책임을 강화해 건전한 유통 환경을 조성하고 선의의 피해자를 막으려는 것이었다. OSP 처지에서는 과한 의무부과로 느껴지겠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최선의 대안인 셈이다. 한 P2P 사업자는 “저작권 보호를 위한 기술적 조치 개발에 힘을 다하고 있다”며 “합법의 테두리에서 사업을 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밝혔다. 문화관광부는 당초 P2P와 웹스토리지 업체를 세 차례 모니터링한 후 기술적 조치 의무를 하지 않은 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철회하고 한 차례 더 모니터링을 결정해 업계의 개선의지를 수용했다.
몇 년간의 조율과 진통 끝에 제도를 마련했어도 제도준수를 위한 업계과 네티즌의 공동 노력은 이 정도 수준이다. 불필요한 ‘전쟁’과 ‘희생’을 없애기 위해 업계와 네티즌이 더 의지와 노력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수운기자(콘텐츠팀)@전자신문, p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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